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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Feb 24. 2020

55. 이제껏 받아온 호의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비가 오면 그녀가 떠오른다. 억수같이 비가 오던 여름날에, 내게 우산을 씌워준 사람. 갑자기 내 머리 위에만 비가 멈췄을 때 나는 당황했다. 그때 다정히 건네진 말. "어디까지 가세요? 데려다 드릴게요." 내가 안타까워 보였나 보다. 그때의 나는 폭우에 다 젖으면서도 시야 틔우겠다고 손을 휘저으며 뛰고 있었다.

그 호의에 쑥스러워할 몰골도 상황도 아닌 터라 순순히 응했던 나. 감사하다며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서야 그녀를 보내곤 기분이 이상했다. 이 선의가 신기했단 말이 더 정확할 지도. 타인을 위마음에 따뜻함을 느꼈다. 다정한 사람이었다. 씻고 나오니 그새 해가 났다. 꿈같던 순간을 기록해뒀었다.

우리는 타인에 먼저 호의를 베풀지 못한다. 종업원을 웃으며 대한다거나 전단지를 나눠주는 할머니들을 응대할 때 등. 호의란 의무가 아니다. 개별적인 판단 영역에서 예의와도 다르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배려가 갖는 의미는 크다. 괜히 기분 좋고 오래 잔상이 남기도 하니까.


나는 아직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껏 받아온 마음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타인에게 선의를 보이려 한다.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가 습관이 될 수 있게. 자주 생각하지만 글이 나보다 낫다. 실천이 어렵단 뜻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또 읽어야 겠단 생각이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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