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돼도 차키가 안 생긴다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는 아이들이 끝말잇기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사람." 다른 아이가 재빨리 이었다. "람보르기니." 사람 다음에 람보르기니라. 사람과 람보르기니의 관계는 대척점에 있지 않다. 소유관계다. 문제는 이 물체가 아주 소수의 소유물이라는 데 있겠지. 두 단어 사이 이질감이 느껴졌던 이유였다.
아이들을 지나쳤다. 누가 이 아이에게 람보르기니를 알려주었을까, 람 다음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람보르기니라면 그것은 얼마큼 이 아이의 욕망을 지배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유튜브의 힘인가. 20년 넘게 산 나도 여태 람보르기니를 실제로 본 적 없다. 나 때(Latte)는 TV였는데.
어쨌든 나도 그 아이 나이였을 적부터 부와 명예의 상징이 될 만한 물건(또는 존재)을 갈망해온 기억이 났다. 뒷맛이 씁쓸했다. 그땐 어른이 되면, 이라는 가정으로 한껏 꿈꿨는데 돼봐도 못 갖는 건 못 가지는 거다. 누군가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학생 때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다고 했다. 어른이 되면 그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는 생긴다. 람보르기니 키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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