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희 Mar 24. 2020

82. 몸이 주는 신호

아침 볕이 비추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고요하고 따뜻한 이 아침에 나는 배가 불편했다. 윗 배는 동그랗게 부어있고, 아랫 배는 단단해진 상태였다. 소화불량 탓이었다. 어제저녁부터 체한 것 같아서 샐러드만 식사대용으로 먹었는데도 아침까지 편해지지 않은 것이다. 병원에 다녀오고, 물을 자주 마셔주며 스트레칭을 틈틈이 해줬는데도 이 글을 쓰는 늦은 저녁까지도 불편함은 여전하다. 그 탓에 오늘 하루는 내 신경이 온통 몸에 쏠려 있었다.


내 몸에 느낌을 갖는 것, 또는 의식한다는 것은 요가 동작을 하거나 깊이 호흡을 할 때, 온몸으로 바람을 맞을 때 참 좋다. 세상의 기운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것만 같아서다. 내 근육을 밀도 있게 당기고, 폐를 신선한 공기로 가득 채우는 그 기분이, '아이언맨'이 슈트 입을 때처럼 내가 더 힘이 세지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오늘처럼 몸의 내부기관에 기능장애가 생긴 날엔 내가 몸에 느낌을 갖는 게 아니라, 신경이 계속 쓰이는 것뿐이다. 무의식적이고 비자발적인 행위인 셈이다. 게다가 몸의 고통은 나만 품고 매 순간 느끼는 거라 외롭고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런데, 몸이 왜 이지경이 됐나 돌아보면 사실은 평소에 내 몸이 잘 기능할 때는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탓이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고, 오래 앉아 있는 등. 필요할 때만 몸의 느낌을 가졌으니 몸도 화가 났나 보다. 그래서 자기한테 신경 좀 쓰라고, 눈치도 보면서 달래 달라고 오늘 하루 종일 날 괴롭힌 게 아닌지.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존재에 탈이 나야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방법을 강구한다. 그래도 신호를 보내줘서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됐으니 고마워해야겠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겠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 81.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