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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Mar 23. 2020

81. 사랑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란 이유로 사랑조차 폄훼당한다.

"저도 이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한다는 남편 에이나르의 말에 베게너가 더하는 말. 의사는 그들에게 둘 다 미쳤다고 한다. 영화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덴마크 화가 릴리 엘베의 실화를 다뤘다. 이 영화에서 내게 가장 여운을 남긴 장면이 이것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당시엔 더욱 철저히 배제, 차별받는 존재였던 에이나르(후에 릴리 엘베) 곁에서 그(곧 그녀)와 같이 미친 사람이 돼주는 사랑의 말. 영화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릴리와 베게너는 당시 덴마크 국왕에 의해 강제 이혼당했다고 한다.  


이 사랑 때문에 한 사람은 범죄자가 되고 다른 사람은 그가 오기 전과 같이 홀로 남겨지는 경우도 있다. 영화 <오아시스> 얘기다. 종두는 공주와 성관계를 하다 강간죄로 현장에서 검거된다. 그들의 침대가 범죄 현장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주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고, 종두는 전과 3 범이라는 것. 종두는 자신을 버린 가족과 경찰의 편견에 자기변호를 할 수 없고, 공주는 증언할 수 없다. 말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사랑을 찬양하고, 연애와 결혼을 찬미하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로 사랑조차 폄훼당한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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