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뿐일까요?

100-63 나를 확장하는 시간 코액티브코칭 3일차

지킬과 하이드

헐크와 로버트 브루스 배너 박사(두 얼굴의 사나이)

내가 매체를 통해 인식한 체계 안에서 가장 강력했던 두 개의 자아가 아니었을까? 물론 대부분의 문학 작품 속 캐릭터들은 내면에 여럿의 분아(分我)를 갖고 있으나 소심한 정도로 변신을 할 뿐이다. 재미를 촉발하는 빌런들이 극적 대비를 보이는 경우가 있긴 해도. 내게는 어떤 마성이 숨어 있을 수 있을까? 맘껏 실험해보라고 판을 깔아준 시간이 있었다.



코액티브 코칭 3일차 교육 현장에서다. 리더는 한 사람씩 초대해서 빙 둘러앉은 참여자들에게 그 사람에게서 발견한 좋은 점들을 말해주라고 했다. 마치 칭찬 샤워하듯 ‘부드러워요, 선하세요. 자상했어요, 탐구심이 많아요, 호기심이 있어요, 성실해요.’ 등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두 번째 요청은 ‘이분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 바라는 점을 말해보세요.’였다. ‘남 생각하지말고 이기적이었음 좋겠어요. 좀 거칠어지셨으면 해요, 좀 잘 놀아보세요, 규정을 어겨 보세요.’등의 주문이 나왔다. 리더는 그 주문을 듣다가 가급적이면 독한 쪽으로 이름을 지어줬다. 예를 들자면 ‘배신자, 조폭, 폭주족, 영구, 여진이, 꽃뱀, 진짜 꼰대, 백치, 예스맨’ 등속이다.



도저히 자신의 이미지와는 상상도 안 가는 바, 모두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다. 새로 부여받은 이름표를 달고 반나절은 그 캐릭터로 지내야 했다. 이름표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웃음이 나서 혼났다. 나는 최고봉 ‘마녀’로 등극했다. 곤혹스러운 것은 자신의 이름표대로 나와서 자기 소개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들 웃음을 참느라 애쓰며 연기력을 발휘했다. 어떻게 하면 더 영구스러울지, 백치 같을지를, 얼마나 비열할 수 있을지를 연기하면서 다음 사람을 자연스레 연결하는 형태였다. 나는 너무 웃겨서 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자신이 없었다. 기지를 발휘하여 깔깔마녀로 재정의하고 원 안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으하하하 깔깔깔.....나는 깔깔마녀야. 너희 안에 있는 악마성은 내가 다 심어뒀지. 으하하하하‘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진짜 그 캐릭터가 되어 코치역을 하란다. 둘둘씩 짝이 되어 코치와 고객 역을 하는데 고객은 그에 휘말리지 않고 원래 자신이 코칭 받던 때와 같이 하는 거였다. 나와 함께 한 분은 기업체 임원이었다. 그는 진지하게 인사부 임원으로 직원들을 전속 배치하는데 있어서 느낄 수 있는 죄책감이나 불편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했다. 나의 악마성을 제대로 발휘해야 했다. “네가 죄책감을 왜 느끼느냐? 정작 하고 싶은 게 뭐냐?” 고객은 끊임없이 그래도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전보 발령을 내어서 가족들이 떨어져 지내게 해서 화목을 깨는 것 같다는 등 내내 고운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나는 틈을 주지 않고 악마의 속삭임으로 꼬드겼다. 너를 괴롭게 하니 욕해주고 함부로 대해라고.



이게 설정이고 연기임을 아는데도 고객은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미안함과 죄책감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실패였던가 싶었는데 의외의 피드백이 있었다. 코치인 마녀가 마치 자기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자기 편이 되어 괜찮다고 해주는 듯이 느껴져서 위로가 되더란다. 늘 고충을 듣고 똑같은 하소연을 듣기만 하면서 때로는 감정 소진이 일어나고 자신도 말하고 싶어죽겠고 억울했다. 마녀 코치가 대신 그러라고 부추기니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위안이 되면서 자신도 얼마나 힘든 상태에 있고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고객이 되었을 때는 어땠을까? 배신자 코치가 내가 하는 말마다 믿음을 깨트리는 말로 깐족댔다. 그런데 나 역시 묘하게도 그에게 설득이 되면서 내가 가진 죄책감이나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원망을 비껴가고 싶어서 이 주제를 꺼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작 내가 원하는대로 아들을 위한 입장에서 보자면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라 아들이 누릴 기쁨이나 자유에 대해서 축하할 일이었다. 배신자 코치의 코칭 덕에 나의 관점이 전환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애초에 걱정하거나 염려할 일이 아니라 축하를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사람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설정한 한계와 범위 안에서 박스를 만들고 자신을 가두고 있다. 내면 안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인격체 분아들이 있고, 그 분아들은 때로 의외의 잠재력을 이끌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대부분 나를 한정지어 익숙한 방식으로만 역할 수행을 하고자 하니 스스로 자신을 아주 작은 존재로 만든다. 이제껏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가능성을 체험해보며 경험치를 쌓아보기.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만나는 고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전혀 의외의 코칭이어도 고객은 자기 문제에 한해서는 원하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의도를 갖고 직면하면서 스스로 의외의 통찰을 얻고 결론을 얻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유익했던 코칭이 아주 탁월했다.



코액티브 코칭은 프로그램 전반에 코칭 철학을 정말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장치하지 않은 듯하면서 촘촘하게 그 결을 살피고 있다. 나는 ’비구조화의 구조화‘라 명명했다. 참여자는 그저 맘껏 느끼고 배우고 행할 뿐인데 재미와 의미 탁월성을 배치한 구성력은 정말 놀랍다. 드러나보이지 않지만 참여자가 그렇게 맘껏 자연스레 참여하며 학습할 수 있도록 얼마나 켜켜이 구성하고 일어날 변수와 인간 이해의 모든 것을 녹여내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라는 고백이 저절로 나왔다.



어느새, 18.5h의 과정이 끝나고 다시 우리는 하나의 원으로 앉았다. 배우고 느낀 것을 리뷰하는 시간이었다. 혹자는 ’경청‘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인정‘은 왜 해야하는지, ’직관‘이 어떻게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토로했다. 또 한편 자신이 리더로서 얼마나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은지, 당장 가족들과 어떤 ’공감‘의 대화를 해야할지, 순수한 ’호기심‘이 상대를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 관계 디자인이 어떻게 ’책무‘의 짐을 덜 수 있는지, 무엇보다 문제해결을 위한 ’doing’에서 존재 자체를 밝히는 ‘Being’의 힘을 말했다.



“모든 분들의 말씀을 듣는 중에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작품이 내내 떠올랐어요. 그 작품 속에 찍힌 점들처럼 리더님들을 포함하여 23분의 별들이 제 마음 속에 들어왔어요. 행운으로 찾아온 이 프로그램이 다시 이런 큰 행운을 불러왔네요. 내내 느끼고 표현하고 배웠습니다. 저의 배움에 동참해주셔서 많이 감사합니다.”



가슴에 뜨거움이 올라왔다. 사람이 일으키는 에너지, 특히 연결된 힘이 일으키는 시너지는 언제나 뭉클한 뭔가를 불러온다. 비단 두 얼굴만이었을까? 코치로, 고객으로, 내면의 분아로, 에고로, 참자기로 모자를 바꿔 써가며 나를 느끼고 상대를 느끼고 존재로 선 시간. 족하다.



#진성존재코칭센터 #진성육현주코치 #육코치의100일작전 #NLP프랙티셔너육현주 #브런치스토리작가 #진북하브루타코치 #코액티브코칭 #한스코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