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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Nov 07. 2024

독서의 완성은 리뷰 쓰기까지

<언제부터 사람이 미워졌습니까>를 읽으며ᆢ

<언제부터 사람이 미워졌습니까>

이 도발적 질문이 재미있었다. 그러게, 나는 언제부터였을까? 내 욕구를 자극하거나 방해한다고 의식되는 순간이면 미움의 싹이 터올라왔을 터이니, 내 미움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겠다. 슬쩍부끄러움이 일려던 찰나, 다른 생각이 삐죽 올라온다. 과연 밉다고 표현할 만큼 내가 깊이 타인을 품고 사랑하는지?


미움이란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그저 표면적이고 뭉툭한 표현일 수도 있다. 물론 개인사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에서의 '미움'은 결이 다른 부분도 있다. 그렇다해도 미워한다는 건 최소한 상대 혹은 집단에게 여전히 거는 기대가 있으며 서로 관계하고 있음을 받아들인 관심의 상태 아닐까?


"자넨 아직도 사람을 믿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노인의 대사를 빌어와 저자는 질문하고 있다. 나는 이 책 전체를 꿰뚫어 저자는 여전히 사람을 믿고 있다고 확신한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저자는 일관된 시각과 행위로 '사람'에 관한 연민과 애정을 보여주곤 했으므로. 소란떨지 않으면서 가만가만 그만의 방식으로 상대를 살렸다.


'그럴 수도 있지, 만의 하나라도, 그만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ᆢ' 등속의 말을 저자는 받아들인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르게 다양하고도 입체적으로 살피기 어려웁다. 혹여라도 감정에 휩쓸려 놓치게 되는 '배제'나 '소외'가 도저에 깔릴까 살피는 '배려'가 고맙다.


저자는 사회 각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성적인 준거 기술 방식으로 말하고 있으나 인간을 향한 투명한 애정과 끈적대는 난감함을 고루 담으며 밑마음을 살핀다. '균형'과 '조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태도가 나는 언제나 안심된다. 편 먹기로서의 선동이 아닌,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하기 위해 어떤 시각을 가질 것인가를 돌아보게 하는ᆢ


"이 땅 위에 사는 한, 우리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세상에는 간혹 유혹을 받지 않을 만큼 완벽한 사람도 하나도 없고 성스러운 성자도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읽고 있는 카를 융의 <레드북> 중에 나오는 문장이다. 마침 저자의 시선을 담아낸 문장인 듯해서 다시 읽었다. 편향성을 갖는 것들에 대한 경계를 일관되게 얘기한다. 저자처럼 나 역시 살아갈수록 사람을 알아갈수록 내가 아는 게 얼마나 모호하고 흐리멍텅한지를 확인할 뿐이라 단정할 것은 무엇일까싶다.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나게 될수록 인간이 가진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편견에서 자유로워진다. 타인을 해하는 일만 아니라면, 그 누구도 타인의 편견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분명 더 나은 세상일 것이다."       -160쪽


이 대목은 거의 내가 어느 기관 강의 중에 했던 말과 흡사해서 고마웠다. 평생을 '정체성'과 '사람'을 화두로 두고 외면과 회피, 집착, 상실을 오가며 널을 뛴 사람이었다. 내가 살아낸 경험의 귀착지로서, 당사자성을 담은 말로서 내게는 귀한 고백인 셈이다. 그 '다름'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이다.


서향(書香)의 닉네임을 가장 사랑하고,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자기다웁다는 저자. 그래서 저자의 글은 정보 습득의 유익과 현실에 바탕한 사유 자락을 함께 제공한다. 저자의 글을 경향신문의 칼럼으로.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놓치지 않고 읽는 이유이다.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 차르르 번진다.


사는 게 두서가 없어져서 향유로서의 책읽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갈증을 느끼면서도 선뜻 집어들지 못하고. 독서의 완성은 잠깐의 글쓰기가 따라야하는데, 못미치는 시간들이 허망하다. 이번 책이 반쪽짜리로 독서가 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저자의 고른 필력과 공감으로 이어진 연결 덕인 듯하다.


개운하다. 오랜만에ᆢ 기꺼이 일독을 권한다. 무겁지도 않게,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그대 속으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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