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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by mhni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이하 체리새우>는 제9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황영미 작가의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책 뒷 표지 추천사에도 잘 나와 있듯이 ‘청소년의 삶과 심리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친구관계일 것이다. 공부가 힘들어서 학교에 다니기 싫은 친구보다는 학교 안의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학교 가기 싫은 친구가 분명 더 많을 것이다.


<체리새우>의 주인공 김다현도 그런 친구 중 하나이다. 과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다현이는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의 친구를 ‘다섯 손가락’이라 부르며 그 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다현에게는 친구가 매우 중요한데 엄마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녀는 친구들이 자신에게 부당한 요구를 해와도 친구 사이에선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합리화하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리고 친구들이 손등에 메모를 하면 자신도 그것을 따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뭐라고 핀잔을 듣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이렇듯 다현은 친구들의 눈치를 보느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이 증세는 2월의 반 배정이 될 때 가장 커지는데, 왜냐하면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의 나머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사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다현은 ‘다섯 손가락’ 패밀리가 미워하는 노은유와 같은 반 짝이 된다. 어떤 사유로 다섯 친구 중 하나인 아람이 은유를 싫어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친구 그룹 사이에서 재수 없는 아이로 낙인찍힌 아이와 상종하다가는 자신도 친구들에게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현도 은유를 멀리하고 싫어한다.


사실 다현은 자신이 왜 은유를 미워해야하는지 모른다. 다만 다섯 손가락 멤버 중 하나인 아람이 은유를 미워하기에 자신도 미워하는 것이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현은 마을신문을 제작하는 모둠에 참여하게 되고 모둠 멤버인 은유의 집에도 놀러가게 된다. 곧 다현은 은유가 자신처럼 한 부모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점점 은유와 친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친구들은 은유를 싫어하지만 막상 다현이 은유를 만나서 교제해보니 나쁜 애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시작으로 다현은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인간관계에 대해 한 걸음 성장하게 된다.

체리새우.jpg 이미지 출처 : YES24

우리는 가끔 어떤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그것은 과연 그 사람을 바로 알고 또 만나본 가운데서 갖게 된 생각일까 아니면 또래집단이나 조직 안에서 통용되고 있는 생각을 내 생각인양 가져온 것일까? 편 가르기와 뒷 담화는 얼마나 해로운 것인가. 잘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나는 헛소문을 만들어 내거나 전파하지 않는가? 아울러 진실은 있는데 무리에서 ‘따’가 되지 않으려고 거짓의 편에 동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행동들 때문에 정말 선한 이웃을 만나고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다시는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섯 손가락’ 친구 그룹에 어떻게든 끼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과정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현은 은유와 만나는 것을 용인해달라는 의미로 친구들에게 선물이 아닌 뇌물을 바친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동등한 친구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친구의 관계는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서 성장한다. 예수님은 성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한복음 15:12,13)’. 진정한 친구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거나 조종하는 관계가 아니라 자기 목숨처럼 소중히 해야 하는 관계다. 이러한 관계 안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함이 있다. 다현이 새로 만난 친구들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비아냥거리거나 탁구공처럼 튕겨 내는 아이가 없어서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다현이 은유라는 친구를 만나서 겪는 변화는 다현이 운영하는 ‘체리새우’라는 블로그를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꾸는 모습에서, 그리고 주기적으로 탈피를 하는 체리새우처럼 자신도 탈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이전 친구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홀로 서겠다는 고백을 블로그를 통해 선언한다.


‘어쨌든 나도 나무처럼 우뚝 서고 싶다. 바람이 불면 흔들릴 테지. 괜찮다. 그러면서 이파리는 더 파래지고 뿌리도 단단해질 테니. 어쩌면 다현은 거짓된 친구관계의 그늘에 가려 성장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거짓 관계라도 이미 형성된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두려움을 버리고 진실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홀로서기에 나설 때 성장할 수 있다. <체리새우>는 다현이라는 친구를 통해서 그런 성장을 잘 보여주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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