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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세상의 치유자

<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

by mhni

황지영 작가가 쓴 ‘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이하 ‘블랙박스’)는 사이버 공간의 폭력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십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고울은 단짝 친구인 예담을 교통사고로 잃는데, 그 현장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걸린다.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영상은 인터넷에서 순식간에 퍼지고 고울의 반에서도 단톡방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된다. 이러한 아이들의 행태에 분노한 고울은 마음을 닫고 스스로 왕따가 된다. 아울러 과자를 통해서만 위안을 얻게 되어 과자중독이 되고 만다. 그런 고울에게 민서가 북튜브를 만들자고 제안을 하면서 고울이 치유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여러 가지 SNS가 운영되면서 세상의 정보를 누구나 빨리 접할 수 있게된 세상이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개인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는 영상이나 사진이 ‘짤’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타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무리 거짓이나 오해로 밝혀진다고 하여도 이미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라 수습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양심의 가책없이 이러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러한 자극적인 내용을 즐기거나 전파하거나 악한 댓글을 달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사건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더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하는데 아까도 말한 익명성 때문에 그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주인공 고울은 사고 영상이 있는 사이트마다 찾아다니며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다. 처음에는 왜 지워야하냐고 반문하던 사람들도 고울이 유가족들이 소송을 걸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때서야 영상을 삭제한다. 어찌보면 용기가 필요한 이러한 행동을 이어나가다가 고울은 죽은 예담의 동생인 예림을 만나게 된다. 예림은 예담이가 죽고 고울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을 때 벌어진 일들을 얘기해주는데, 이를 통해 고울은 용서와 치유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XL.jpg 이미지 출처 : YES24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중요한 것은 우선 내가 보고 소비하는 영상이나 사진 등 콘텐츠가 특정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영상인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사생활 침해일수도 있는 영상을 우리는 호기심에 이끌려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상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소비될수록 돈을 버는 구조가 되어있다. 대표적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만 따져봐도 구독자와 ‘좋아요’가 늘어나야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이 생기는 구조다. 이 책 ‘블랙박스’에서도 블랙박스, CCTV, 휴대폰으로 기록되는 죽음이 너무나 많고 또 그러한 영상 뒤에 상품 광고가 붙어있기도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러한 풍조에 동참하여 콘텐츠를 즐기고 전파하고 또 마음에 상처를 주는 댓글을 남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상처를 주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고울처럼 안타까운 사건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죄책감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친구는 과거의 사건보다 더 큰 은혜와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일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예수님을 보내주셔서 우리 죄를 사해주시고 또 하나님 안에서 평화를 누리게 해주신 그 은혜를 구할 때 우리는 자기파괴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냉정하고 잔인하더라도 하나님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우리에게 사랑의 따뜻한 빛을 내려주시는 분이시다. 주님께 맡기고 의지할 때 우리는 세상이 주는 상처를 이기고 살아날 수 있다. ‘블랙박스’는 여성작가 특유의 문체로 청소년들의 감정을 잘 이해하며 쓴 책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또 독서 후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온라인 익명성과 폭력성에 대해서도 토론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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