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도파민네이션’은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이자, 소셜 미디어의 중독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출연하기도 한 애나 렘키가 지은 책이다.
‘도파민네이션’은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도파민의 나라’, 즉 쾌락을 일으키는 물질인 도파민이 넘치는 세상을 의미한다. 그녀는 우리의 세상이 결핍의 공간이 아닌 풍요가 넘치는 공간이 되면서, 조금이라도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중독 물질에 빠지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음식, 도박, 마약, 음란물 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도 포함된다.
즐거운 자극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되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하고, 쾌락을 경험하는 기준점은 점차로 높아진다. 반복적인 쾌락으로 신경 설정값이 높아지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에 절대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바라면서 끝없이 갈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 편안함의 추구가 쾌락에 약해지게 만들고 동시에 쾌락에 탐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극과 흥분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으며 만약 자신이 중독되어 있다면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그녀는 이 방법을 치료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일상생활과 습관 만들기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DOPAMINE(도파민)이라는 단어로 쉽게 기억할 수 있다.
① D(데이터(Data)/너 자신을 알라) : 먼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면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어떤 류의 중독에 빠져서 그것을 하루 또는 한 주에 몇 시간이나 진행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한다.
② O(목적(Objectives)/핑계없는 무덤 없다) : 자신이 그 중독을 추구하는 목적(또는 이유)를 파악한다. 우리는 재미를 얻기 위해, 공포,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를 없애려고 하는 등의 목적으로 중독에 빠진다.
③ P(문제(Problems)/중독의 악영향을 찾으라) : 중독은 건강의 문제, 관계의 문제, 도덕적 문제 등 결국엔 문제를 일으킨다. 의존 상태를 유지하는 10대들에게 의존의 부정적인 결과를 깨닫게 하는 것이 의존을 멈추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이 빠진 중독이 야기하는 문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④ A(절제(Abstinence)/30일의 인내) : 한 달 동안(4주) 중독을 끊어보는 실험을 해보라. 절제는 이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덜 강한 보상에서 쾌락을 얻는 능력을 회복하는데 필요하다.
⑤ M(마음챙김(Mindfulness/고통 들여다보기) : 중독 대상을 끊으면 금단현상이 와서 불안이 심해지는 등 고통이 생긴다. 저자는 이 단계에서 자신을 살펴볼 기회를 얻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행동에 비난이나 편견을 갖지말고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⑥ I(통찰(Insight/진짜 나와 대면하기) : 자신의 중독대상을 최소 4주간 멀리하는 연습으로 자기 행동을 명확히 통찰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⑦ N(다음 단계(Next Steps/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 중독의 실체를 알고 중독에서 빠져나왔다면, 그 다음 단계는 절제된 방법으로 중독대상에 다시 기댈 수 있다. 매번 절제하는 것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절제만 강조하다보면 한동안 잘 참다가 어느 순간 둑이 터지듯 의존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⑧번으로 실험(Experiment/중독과 친구가 되는 법)을 제시한다. 마약같은 물질은 당장 끊어야 하지만 음식, 스마트폰은 통제 하에 적당히 사용하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물리적인 거리두기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특정 시간 이후에는 쓰지 않도록 꺼두거나 아니면 다른 방에 두는 방법이 있다.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내가 비밀번호를 모르는 금고에 넣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시간제한과 결승선 전략도 있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숙제를 다하면 사용하나든 식으로 사용에 제한을 거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중독 욕구를 들게하는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면 그와 관련된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스포츠 도박에 빠져 있다면 그것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TV로 스포츠 중계 보지 않기, 스포츠 관련 인터넷 기사 보지 않기 등 보다 넓게 제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도파민네이션’은 중독에 빠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중독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자신도 한때 로맨스 소설에 위험할 정도로 탐닉했다는 사실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중독문제로 고민한다면 한번 정독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성적 요소가 들어있어 부모 세대의 독서를 권한다).
한 가지 더 필자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편안함을 추구하는 종교생활도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곧잘 문제가 없는 평안과 행복을 간구하는데 그런 환경이 쾌락에 취약한 나를 만든다면 그게 진정한 복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저자도 이 부분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과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것이 저자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든든한 가족, 질 높은 교육, 재정적 안정, 양호한 건강 등 인생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도한 불안감, 우울감, 신체적 고통을 스스로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쾌락과 중독의 문제에 있어서 귀 담아 들을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중독문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또 다른 이의 고통은 외면하고 개인적으로 평안한 삶만을 추구하고 있는지 성찰하는데에도 이 책을 유용하게 활용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