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라는 작가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책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기도 하다. 이건 사람들이 나름 집중력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집중력에 대해 다루면서 그것이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집중력을 훼손하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분주함과 산만함의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는 책이다.
우리는 공부나 업무를 하다가 잠깐 문자를 확인하고 톡을 보내고 다시 아까 하던 일을 계속 하는데 익숙한데, 저자에 의하면 이것은 효율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 일 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을 우리는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칭찬하지 않는가? 그런데 사실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깐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가 다시 본래 일로 돌아올 때 알게 모르게 ‘전환’ 에 들어가는 시간을 소모한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뭔가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기웃거리면 도리어 능률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으면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뭔가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생각하고 몰입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러기에는 너무 바쁘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저자는 그런 문화에 우리가 휩쓸리면서 우리가 내놓는 여러 가지 결과들도 빈약한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속도를 늦추고,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고, 잠을 더 자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도 실제로는 정반대로 속도를 높이고, 전환을 더 많이 하고, 잠을 적게 잔다. (p.120)
저자는 또 우리가 집중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거대 테크기업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NS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사람들을 오래 SNS 화면에 묶어둘수록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사용자가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체류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그중 하나가 무한 스크롤 기능이다. 예전 웹사이트는 페이지의 끝에 다다르면 버튼을 눌러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기능이 있었는데(요즘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제는 페이지 끝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다른 정보가 계속 로딩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도중에 멈추지 못하고 계속 다음 화면을 보게 된다.
이미지 출처 : YES24
아마 인터넷으로 물건을 하나 검색했는데 그 물건에 대한 광고가 계속 SNS에 나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기계식 키보드가 사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그 광고가 SNS 게시물을 읽는 사이사이에 갑자기 무방비 상태일 때 나타났다. 아마 내가 키보드를 살 때까지 광고가 나오는 게 아닐까(설마 사고 나서도)? 기업들이 수익을 버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동시에 이런 단편적이고 짧은 메시지와 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긴 호흡을 가진 책이나 소설보다는 찰나적 재미만 주고 사라지는 스낵 컬처가 유행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긴 문장에 대한 독해 능력이 떨어졌다고 선생님들이 걱정을 하는 게 오늘 내일 있었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저자는 집중을 못하는 문제가 개인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문화에 대해서 그냥 개인의 게으름을 탓하는 등으로 두고만 볼 것이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주중에 한 번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난 일주일 동안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살았는지, 아니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온통 신경을 빼앗기며 살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분주하게 산 그 시간을 뒤돌아보면 정말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시간이었는지도...
내가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며 정신없이 사는 것이 혹시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그러는 것은 아닐까? 내 마음에 찰 때까지 바쁘게 생활을 해야 내 스스로 완전해지고 성공하는 삶이라는 생각 때문은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다음의 성경 말씀을 한 번 생각해보자.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이로써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느니라’(롬 14:17~18).
정말로 우리가 집중할 것은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먹고 마시는 일상 생활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의로운 삶을 살고, 어려울 때에도 항상 평안하고 기쁜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살아갈 때에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믿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그런 삶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