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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누구의 문제인가?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by mhni

이번 시간에는 오후 작가가 쓴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라는 책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책은 ‘마약’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우리는 ‘마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두렵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호기심을 느끼기도 한다. 공익광고에서는 마약을 쳐다도 보지 말라고 하다가도 다른 한편에서는 마약김밥, 마약떡볶기 등 상업적으로는 자유롭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은 이러한 마약에 대해서 마약의 역사, 마약의 종류, 영화 속 마약, 한국의 마약 상황 등 마약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마약이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가 문제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마약에 대해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 때문에 책이 술술 넘어가서 마약에 대해 지식을 쌓고 싶은 친구라면 읽어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가 기독교인이 아닌 관계로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선 부정적인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까 그 부분은 좀 조심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사람은 왜 마약 중독에 이르게 될까? 그 이유는 신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환각을 보고 쾌락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쾌락에는 점차 내성이 생겨서 좀 더 강한 자극이 있지 않으면 쾌감을 경험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뭐든 중독이 되면 좀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되고 그것은 마약도 마찬가지다. 마약 등 뭐든 중독되면 그것 없이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중독의 문제가 개인의 잘못이나 연약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전에는 환각을 통해 신과 만나는 하나의 도구 정도로만 활용되었던 마약이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부터는 다르게 변하게 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사회의 생산성이 강조되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노동량이 증가했고, 노동 피로가 배가되어 그 결과로 마약 사용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같은 이유로 알코올 소비도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책에서는 브루스 알렉산더라는 박사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진행한 ‘쥐 공원(Rat park)’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쥐 서른두 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A 그룹은 수컷 쥐만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물과 마약음료를 제공하고, B 그룹에도 역시 물과 마약음료를 제공하지만 B 그룹에는 추가로 훨씬 넓은 공간과 쥐들이 살기 적당한 온도, 치즈, 놀이기구를 함께 제공했다고 한다. 또한 여기에는 수컷과 암컷이 함께 생활하게 했다고 한다. 이 실험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A 그룹은 물대신 마약음료를 먹고 중독이 됐지만 B 그룹은 대부분 마약음료 대신 물을 마셨다. 중독이 되지 않은 것이다. 주변에는 마약을 지속해서 복용하지만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참전한 미군의 20퍼센트가 전쟁 기간 중 상습적으로 헤로인을 복용했다고 한다. 당시 언론은 전쟁이 끝나고 나면 헤로인 중독자들이 미국으로 쏟아질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들 중 95퍼센트는 큰 어려움 없이 헤로인을 끊었다. 마약을 하게 했던 직접적 원인이 사라지자 마약을 쉽게 끊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위에서 말한 ‘쥐 공원’ 실험은 마약 자체가 중독성이 있지만 그 보다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과 사회가 더 문제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마약중독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drug.jpg 이미지 출처 : YES24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는 과연 마약에서 청정국가일까 아닐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마약의 가격이 비싸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가격 차이가 크다고 한다. 이것은 국내 시장이 아직 작고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각 국의 마약 가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에서 한국의 마약 가격이 세계 시장과 비슷해졌다고 알려주면, 그것은 이제 시장이 커지고 안정적이 되었다는 이야기이기에 그때가 우리가 진지하게 걱정을 해야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물론 책 자체가 2018년에 씌어진 책이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을 수 있다. 일단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과 같이 보안성이 강해졌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마약을 거래할 수 있게 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많은 정보는 손쉽게 마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등학생이 감기약을 조작해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을 만든 적도 있다고 한다.


대검찰청 향정신성 의약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오는 설명을 보면 히로뽕은 일본의 대일본제약회사가 잠을 쫓고 피로감을 없애주는 각성제로 판매를 했다. 그리고 전쟁 중에는 군수용품으로 대량 생산되어 군인 및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로회복과 전투의욕, 작업능력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한다.

‘잠을 쫓고 피로감을 없애준다’는 대목이 뭔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바로 저 기능이 필요해서 우리나라 일부 젊은 층에서 약물에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왜 저런 약이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더 좋은 학교를 위해 무한 경쟁을 하다보니 남들보다 더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잠을 쫓고 피로감도 없애주는 그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 아닐까?


이런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위에서 이야기한 ‘쥐 공원’처럼 이상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무턱대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간다면 크리스천의 의미가 있을까? 내가 세상 속에서 열심히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남들에게 뒤쳐질까봐 두려워서 노력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소명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함께 세상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 세상도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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