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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무호 Apr 30. 2023

폐경 후 골다공증, 어떻게 치료하나?

호르몬 치료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우리나라 골다공증 환자의 94%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얼마 전(2023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7-2021년 골다공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총 환자수가 2017년 91만명에서 2021년 113만명으로 약 25%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 남성은 6%를 차지하고 나머지 94%는 모두 여성이다 [1]. 


각종 매체에서는 골다공증을 ‘침묵의 살인자’ ‘소리 없는 도둑’ 등으로 마치 무서운 병처럼 취급하니 여성의 입장에서는 공포심을 가질 만도 하다 [2]. 


골다공증은 왜 여성에게 유독 많이 발생할까?


인체 내 골밀도는 생애 전 주기를 통해 계속 변한다. 남녀 모두 30세경 골밀도가 최고치에 달하고 40세 이후부터 서서히 골소실이 일어난다 [3]. 

여성은 50세 전후 난소 노화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생산이 더 이상 안되는 폐경기가 되면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우울증 등 여러 가지 갱년기 증상이 생긴다. 여성호르몬은 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뼈를 흡수하는 파골세포를 억제하고, 뼈를 생산하는 조골세포를 활성화하여 골량(bone mass)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는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된다 [4,5]. 


남성은 중년이 되어도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는 없어 골소실이 노화에 따라 서서히 일어나나, 여성의 경우는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로 골밀도가 떨어진다. 폐경 후 5-6년간 연간 2%씩 골량이 감소된다는 보고도 있고 [6], 폐경 후 첫 5-10년간 연간 2-4%의 감소가 생겨 10년 후 25-30%의 골소실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고 [7], 70세가 되면 폐경 전에 비해 골량이 무려 30-40%나 감소된다는 보고도 있다 [8]. 


우리나라 대한산부인과학회 홈페이지에는 더 심한 경고를 하고 있다. ‘폐경 후 5년이 되면 폐경 전에 비해 골밀도가 절반 정도로 감소하고, 향후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여 골절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 하니 여성의 입장에선 심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9]. 


따라서 폐경 2-3년 전부터 폐경 후 5년까지 급격한 골소실로 인한 골절예방을 위해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10,11].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치료를 기꺼이 하고 있다. 




호르몬이란 무엇인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homeostasis) 기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포간의 소통이 필요한데, 소통을 위한 연락수단으로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신경을 통해 직접 신속히 연락하는 방법(운동신경, 감각신경,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이고 또 하나는 호르몬을 통해 간접적으로 서서히 연락하는 방법(소화효소, 혈당조절, 갑상선, 부신피질, 성호르몬 등)이다. 호르몬은 신체 내분비기관에서 생성되는 극미량의 화학물질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한때 여성의 역사를 바꿔놓은 발명품이란 극찬을 받았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1930년도에 화학적으로 구조가 밝혀졌고, 1942년 임신한 말의 오줌에서 추출한 에스트로겐으로 만든 프레마린이 폐경 증상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후 많은 여성들에게 사용되었다. 1966년,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은 로버트윌슨(Robert Wilson)의 책 ‘Feminine forever(여성이여 영원하라)’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호르몬 치료가 폐경기 증상을 예방하고 중년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여성들이 가지면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제약회사와 의료계는 폐경을 ‘Estrogen deficiency disease'(에스트로겐 결핍증)으로 간주하고 심혈관계질환 예방, 여성성 보존, 완만한 노화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라고 선전했다 [12].


1970년대 초반까지 의사들은 갑상선저하증처럼 폐경도 호르몬 결핍증이라, 무증상인 중년여성에게 까지 건강을 위해 호르몬치료를 권하였다. 그러다가 1975년 에스트로겐 요법이 자궁내막암을 유발한다는 보고들이 유명 저널에서 발표되자 [13,14], 에스트로겐 사용량이 절반으로 급감하였다. 


1980년대 들어서 자궁내막 보호 역할을 하는 프로게스테론을 에스트로겐에 추가한 복합제제들은 자궁내막암 문제가 없다고 알려지자 다시 호르몬 치료가 성행했다 [15]. 1988년에는 FDA에서 폐경 증상 치료뿐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도 적응증에 포함시켰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다는 보고까지 나오자 이후 1990년대 까지 호르몬치료는 폐경증상,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는 매우 흔한 치료가 되었다 [16,17,18]. 


하지만 호르몬 치료가 미국인 사망률 1위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있어 [19], FDA에서는 이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1998년 이에 대한 첫 번째 연구인 HERS(Heart and Estrogen/progestin Replacement Study)가 발표되었는데 결과는 호르몬치료는 심혈관계질환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와 혼란을 가중시켰다 [20]. 


한편 1980년대 미국의 여권운동과 맞물려 여성건강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건강 연구를 위한 정부조직들이 만들어졌고, 여성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논쟁이 30-40년간 지속됨에 따라, 1997년 Women’s Health Initiative study(여성건강주도적연구)라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주도의 대규모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구의 목적은 자궁이 있는 건강한 폐경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 요법이 심혈관질환과 유방암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 및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2002년 첫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21].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5년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합 요법을 시행한 군에서 유방암의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연구를 조기 중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군에서 유방암뿐 아니라 심장마비, 뇌졸중, 폐색전증이 비교군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호르몬치료는 단점이 장점보다 더 많다는 결론이었다. 이 소식은 TV, 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대중에게 전파되었고, 호르몬 사용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의사들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분주했다. 이후 2002년 전까지 미국 내 가장 많이 팔리던 처방약 중의 하나이던 에스트로겐의 사용량이 다시 급감하였다 [22,23]. 


과잉처방되던 에스트로겐이 줄어들자 그에 따라 미국 및 세계 각국의 유방암 빈도도 감소하였다 [24,25,26]. 이것이야말로 과학적 연구가 인간의 삶에 기여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 연구에서 호르몬치료의 장점으로 골절 빈도가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어 의료계가 호르몬 처방을 계속 낼 수 있는 근거가 되었고 제약회사는 이 약들의 판매 방향을 골다공증 치료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의 호르몬제와는 다른 형태의 약물이 필요하였는데 마침 유방암 치료를 위한 항암제로 개발되던 라록시펜(Raloxifene, 상품명 에비스타)이 골흡수 억제라는 부가적인 작용이 밝혀지면서,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약물(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 SERM)이란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이 약은 호르몬은 아니지만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뼈에는 에스트로겐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고 유방과 자궁에는 에스트로겐과 반대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이 약은 척추 골절 예방에는 효과를 보였으나 고관절 골절 예방 효과는 없었고, 약 복용 후 혈전(피가 응고되어 덩어리가 된 것)이 생겨 혈관이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치명적인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 [27]. 


이와 같이 호르몬 치료나 유사 호르몬 치료는 갱년기 증상 완화 및 골밀도에는 다소 도움이 되었지만 그 댓가로 유방암, 정맥혈전색전증, 심혈관질환, 폐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결코 바람직한 치료 방법은 아니다 [28,29]. 우리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란 속담이 있다. 병이 아닌 골다공증을 치료하려다가 진짜 심각한 병에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호르몬 치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오랜세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다가 드디어 2018년 미국내과의사학회에서 발간된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에 에스트로겐이나 에스트로겐 유사 약물인 라록시펜을 골다공증 치료제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30]. 10년전인 2008년 가이드라인과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31]. 이유는 전술한 바와 같이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2022년) 폐경 후 골밀도가 급속히 감소한다는 기존의 이론에 반론을 제시하는 놀라운 연구가 하나 발표되었다. 현존하는 폐경후 여성 골다공증 연구 중 가장 장기간 관찰 연구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32]. 


성인 여성 약 3천명을 5년에 한번씩 골밀도 검사를 하여 25년간 관찰한 결과, 대퇴경부 골밀도 감소폭은 연평균 0.4% 정도로 기존 연구의 1/4에 불과했다 (* 기존연구는 연평균 1.6%씩 감소 [33]). 따라서 폐경 후 10년간 25%의 골소실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25년간 10% 정도의 골소실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아래그래프). 


50세 폐경 후 25년 후면 75세인데 폐경 전 골밀도의 90%는 유지되니 큰 걱정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폐경이 되면 곧바로 골밀도가 급속히 떨어진다고 호르몬치료를 급하게 권유할 근거도 사라졌다. 왜냐면 골밀도 감소는 25년에 걸쳐 서서히 일정한 비율(steady pattern)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경 후 골다공증은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급속히 진행되는 게 아니라 완만히 진행되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면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폐경기 증상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폐경 후 에스트로겐은 폐경 전에 비해 95%가 감소하고 이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여성에 유리한 변화다 [34]. 왜냐면 폐경 후에도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으면 자궁내막암 및 유방암 빈도가 올라가므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은게 중년여성 건강에 유리하다 [35,36]. 


여성 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생기는 갱년기 증상인 안면홍조의 빈도는 서양과 동양이 다르다. 백인여성의 경우는 80-85%의 빈도를 보이나 중국 18%, 일본 15%, 싱가포르 14%로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의 빈도는 낮고 증상도 심하지 않다 [37]. 연구에 의하면 저학력자, 전업주부, 저소득자, 비만인 경우 폐경 증상을 더 심하게 느낀다고 한다 [38,39]. 



왜 동양인에게는 갱년기 증상이 서양인보다 적을까?


이유는 식사에 있다. 


식물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를 파이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 부른다(e.g. isoflavone, lignan, coumestan, stilbene) [40]. 


이런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구조적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유사해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갱년기 여성들에게 건강상 이점이 많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아마씨, 참깨 등 종실류나 견과류,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식물에 포함되어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중 가장 연구가 많이 되고 잘 알려진 이소플라본(isoflavone)은 콩류 특히 대두에 많이 들어있어 전통적으로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갱년기 증상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10-20배 더 많이 섭취한다 [41]. 


일본의 전통적인 식사에 많이 포함된 두부를 즐겨 먹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갱년기 증상이 덜하다는 보고도 있고 [42], 중국인 중 채식을 주로 하는 여성은 갱년기 증상이 적다는 보고도 있다 [43]. 또한 합성 이소플라본을 투여한 후 갱년기 증상 완화에 대한 36개의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소플라본 투여군은 위약군에 비해 2배의 효과가 있다 [44]. 물론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실제 호르몬에 비해 효능이 다소 약하지만 실제 에스트로겐 호르몬 투여 후 생길 수 있는 자궁내막암, 유방암, 심장마비, 뇌경색 등의 부작용들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치있는 대안 치료법이다 [45]. 


콩은 갱년기 증상 완화뿐 아니라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이소플라본을 투여한 군에서 골밀도가 54%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고 [46], 콩을 많이 섭취하면 척추의 골밀도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47]. 두유를 하루 두 잔 마시면 저용량 호르몬 패치를 사용하는 것보다 척추 골밀도 보존에 유리하다 [48]. 이소플라본을 1년간 투여군에서 호르몬 치료군과 대등하게 척추뿐 아니라 고관절 골밀도도 상승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49]. 이러한 골밀도 상승효과는 결국 골절 예방에도 기여한다. 콩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여성의 골절 빈도는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50]. 


참고로 이소플라본은 콩을 직접 섭취하는 것이 대두단백질 등의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51]. 


식물성 에스트로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아래에 소개하니 의료인이 아닌 일반 독자분들은 결론으로 바로 가시면 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진 에스트로겐과 똑같지는 않지만 에스트로겐 수용체(receptor, 세포막에 존재하며 세포의 특정 기능을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아래 그림). 따라서 음식으로 먹은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인체 호르몬처럼 여러가지 작용을 할 수가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에는 알파와 베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알파는 주로 유방과 자궁에 많이 분포하여 해당 세포를 잘 자라게 하고, 베타는 주로 심장보호와 뼈형성세포에 작동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특이하게도 알파수용체는 억제하고 베타수용체는 활성화시킨다 [52,53]. 즉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하면 유방암과 자궁암을 예방하는 동시에 심장과 뼈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54,55,56].


호르몬 치료는 폐경증상이 심한 일부여성에게 단기간 사용될 수는 있으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장기간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뼈 건강을 위해 호르몬치료에 매달리지 말고 건강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이 진짜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57,58]. 


결론, 수많은 과학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호르몬 치료의 효과를 믿고 있으며 에스트로겐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의 호르몬 치료를 권하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는 인체의 노화현상을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고 병적인 상태,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왜곡하는 Disease mongering(질병장사)이다. (*질병장사란 용어가 생소하신 분은 '비타민 D 보충제'  참고)


폐경은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일어나는 병이 아니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다. 


조물주는 여성을 그렇게 허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폐경은 나이에 맞게 인체를 최적화해 가는 자연의 이치지, 약이 필요한 병적 상태가 아니다. 


병이 아닌 것을 약으로 치료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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