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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무호 Sep 25. 2022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은 아니다

탄수화물은 죄가 없다

 인간의 몸은 하나의 거대한 공장이다.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로 전기를 사용하듯이,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포도당이고, 그 포도당은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해서 나온다. 물론 지방과 단백질도 에너지원이 될 수는 있지만, 지방은 분해시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나와 몸에 부담을 주고, 단백질은 분해시 독성물질인 암모니아가 나와 몸에 해롭다. 


 탄수화물 공급이 중지되는 단식이나 기아 등 비상사태가 아닌 경우, 평상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고에너지 분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세포 내에서 만드는 데는 포도당만 한 재료가 없다. 그 이유는, 단백질이나 지방과는 달리 대사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 이외에 다른 부산물을 남기지 않아 몸에 해가 없는 깨끗한 청정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1]. 


 탄수화물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단순 탄수화물(단당류, 이당류)과 복합 탄수화물(다당류)이다. 단순 탄수화물에는 포도당, 과당, 유당, 서당(설탕) 등이 있는데 흡수가 빨라 혈당 수치를 신속히 올리기에 에너지 공급이 급하게 필요할 시에 유용하다. 그에 반해 복합 탄수화물은 감자, 고구마, 곡류, 콩류에 들어있는 전분(starch)과 채소, 과일에 많은 섬유질(fiber)인데 소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혈당 수치가 서서히 오르나, 각종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이 많이 들어있어 건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2]. 


 수많은 분들이 아직도 탄수화물은 살이 찌고 건강에도 나쁘니 피해야 된다고 알고 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신봉자들이 지방의 과다 섭취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분해를 방해하고 체지방 생성을 조장하여 비만하게 되나,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고 체지방 생성이 억제되어 비만을 방지할 수 있다는 탄수화물-인슐린가설(carbohydrate-insulin model)로 지난 20-30년간 탄수화물을 건강의 적이라고 악마화 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 그 가설은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된 인상을 지우기엔 역부족이다 [3]. 


 사실,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이라는 것처럼 어리석고, 비과학적인 선전은 없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더불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중 하나로, 오랜 세월 인류의 식사를 구성해온 모든 곡식, 채소, 과일, 콩 등의 식물성 식품은 탄수화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여러 형태의 탄수화물들을 먹어왔지만 비만인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비만인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부터이고 미국의 경우 1980년경 비만률이 5-6% 정도였는데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비만인 비율이 급증하여 현재 약 40% 대를 이루고 있다(*한국 성인 비만률 38%,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자료). 추정되는 가장 큰 원인 두 가지 중 하나는 푸드 마케팅(food marketing)이고 하나는 신체활동이 줄어든 것이다. 값싸고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에너지바 등 인스턴트식품 그리고 각종 식품에 많이 첨가되는 옥수수 과당(high fructose corn syrup) 등이 주요 원인이다 [4]. 


 현대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수많은 가공된 탄수화물 식품들인 정제된 곡식(백미), 흰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면류, 과자, 사탕, 케이크, 청량음료, 과일주스, 설탕이나 시럽 등은 몸에 좋지 않다. 왜냐면 그것이 탄수화물이라서가 아니라 섬유질, 파이토케미컬, 비타민,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영양분들이 다 빠진 식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인슐린 레벨을 급격하게 올리고, 그에 따라 혈당이 과도하게 낮아짐으로써, 다시 공복감이 생겨 탄수화물을 더 먹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그 결과로 남아도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저장되기에 비만이 되기 쉽다 [5].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살아온 일본 오키나와섬의 주민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의 전통적인 식사는 대부분이 탄수화물 식품(탄수화물 85%, 단백질 9%, 지방 6%)이지만 세계 10대 장수 지역에 들어갈 정도로 비만인은 거의 없이 건강하고 오래 산다 [6]. 이유는 뭘까? 그들이 먹는 탄수화물은 정제된 가공식품이 아니라 자연 상태의 섬유질이 풍부한 무가공 탄수화물(fiber-rich, whole-food sources of carbohydrates) 식품이라는 것이다. 


 즉, 자연 상태의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은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어도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이고, 가공하여 섬유질이 제거되어 탄수화물만 남은 식품들은 몸에 해롭다. 이런 가공된 식품들을 자주 섭취하면 설탕의 과다 공급으로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가 증가된다. 적정량의 도파민은 사람에게 에너지와 의욕을 불어넣어 주지만, 과한 경우엔 탄수화물 중독을 야기할 수도 있다 [7]. 


 단순히 살을 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저탄수화물 식사를 구성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계란, 우유 및 유제품 등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과다하여 세월이 갈수록 건강이 나빠지므로 사망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인 채소, 통곡물, 견과류 등을 통한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 섭취는 건강에 유익하여 사망률이 오히려 낮아진다 [8]. 즉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좋은 탄수화물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좋은 탄수화물이란 자연 상태의 과일, 채소, 곡식, 견과류, 씨앗류, 덩이줄기 채소(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이고, 나쁜 탄수화물은 간단히 말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가공식품이라 생각하면 된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주장이다. 비만의 원인은 나쁜 탄수화물이지 좋은 탄수화물은 절대 비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탄수화물은 죄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나쁜 탄수화물을 선택해서 먹는 인간에게 있다.


참고문헌

1. M Dashty. A quick look at biochemistry: carbohydrate metabolism. Clinical biochemistry 2013;46(15):1339-1352.

2. JL Slavin. Carbohydrates, dietary fiber, and resistant starch in white vegetables: links to health outcomes. Advances in Nutrition 2013;4(3):351S-5S.

3. KD Hall. A review of the carbohydrate–insulin model of obesity.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7;71:323-326.

4. EJ McAllister, NV Dhurandhar, SW Keith, et al. Ten Putative Contributors to the Obesity Epidemic. Crit Rev Food Sci Nutr 2009;49(10):868–913.

5. NM Templeman, S Skovsø, MM Page, et al. A causal role for hyperinsulinemia in obesity.  Journal of Endocrinology 2017;232(3):R173-R183.

6. DC Willcox, BJ Willcox, H Todoriki, Makoto Suzuki. The Okinawan diet: health implications of a low-calorie, nutrient-dense, antioxidant-rich dietary pattern low in glycemic load.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Nutrition 2009; 28(4):500S-516S. 

7. P Rada, NM Avena, BG Hoebel. Daily bingeing on sugar repeatedly releases dopamine in the accumbens shell. Neuroscience 2005;134(3):737-44. 

8. SB Seidelmann, B Claggett, S Cheng, et al. Dietary carbohydrate intake and mortality: a prospective cohort study and meta-analysis. The Lancet Public Health 2018;3(9):e419-e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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