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분석이 우선이다
고령화로 인한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필자에게 관절 건강에 대한 각종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립니다.
Q : 무릎에 물이 찼다고 합니다. 물을 빼내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그냥 두는 것이 좋습니까?
A : 무릎 속의 물이라고 생각되는 액체는 엄밀하게 보면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관절의 안쪽을 덮고 있는 활액막에서 만들어진 계란 흰자처럼 점성을 지닌 '활액(synovial fluid)'은 정상적인 무릎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액체로 연골 사이의 마찰과 마모를 줄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삼출액(effusion)'은 관절의 염증이나 손상으로 인해 관절 외부에서 혈액 성분을 걸러 유입된 비정상적인 액체입니다.
일반적으로 "무릎에 물이 차는 것"은 정상적인 활액과 비정상적인 삼출액이 섞여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아래 사진 ->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에서 뺀 관절액으로 약간 투명하고 옅은 노란색을 띤다)
무릎에 물이 차는 기전은 기본적으로 ‘염증’ 반응과 관련이 깊습니다. 정상적인 무릎 관절은 활액막에서 생성되는 소량의 활액으로 윤활되고 보호받습니다. 하지만 어떤 원인으로든 관절 내에 염증이 발생하면, 우리 몸은 이 염증을 완화하고 손상된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활액 또는 삼출액을 생성합니다. 이는 일종의 신체 보호 반응으로 염증 물질을 희석시키고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함입니다.
무릎에 염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퇴행성관절염: 관절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미세한 연골 조각들이 떨어져 나와 활액막을 자극하여 염증을 유발합니다. 삼출액은 무릎관절염 환자에게 흔합니다. 무릎 통증이 있고 X-ray 사진 상 관절염 소견이 보이는 사람의 약 55%에서 상당량의 삼출액이 관찰됩니다 [1].
2. 외상: 운동 중 부상으로 무릎 연골, 인대, 반월상연골판 등 관절 조직에 손상을 입히면 염증 반응이 발생합니다.
3. 활액막 자체의 염증(활액막염): 관절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활액막에 직접적인 염증이 생기면 활액이 과도하게 분비될 수가 있습니다.
4. 과도한 사용: 무릎의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과도한 사용은 관절에 미세한 손상을 누적시켜 염증을 유발합니다.
5. 전신성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과 같은 전신성 염증 질환은 무릎 관절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과도하게 생성된 활액이나 삼출액이 관절 내에 축적되면 "무릎에 물이 찼다"고 느껴지는 상태가 되고, 이는 관절 내부 압력을 증가시켜 붓고 뻣뻣하며 통증을 유발합니다.
“물을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은 단순히 증상 완화 목적인지, 원인 진단 목적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1. 급성 부종으로 통증이 심할 때
물이 많이 차서 관절이 붓고 통증이 심한 경우, 물을 빼는 것은 압력을 완화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2. 진단이 필요한 경우
관절염의 원인이 감염성인지, 염증성(류마티스, 통풍)인지, 외상성인지 불확실할 경우엔 관절액 분석을 통해 원인을 알아내어 바른 치료를 시행할 수 있기에 반드시 관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아래 사진 -> 세균성 감염 환자의 무릎에서 뺀 관절액으로 탁하고 짙은 노란색을 띤다)[2].
3. 출혈성 관절(hemarthrosis)이 의심되는 경우
외상 후 물이 빨리 찼고 심한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관절 내 압박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 관절 내 고인 혈액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1. 통증이 경미하고 기능에 큰 장애가 없는 경우
자연적으로 삼출액이 흡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증상이거나 약간의 불편감만 있다면 보존적 치료(휴식 또는 약간의 소염진통제)로 해결됩니다.
2.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퇴행성관절염 환자에서 경미한 삼출액 증가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매번 뽑기보다는 안정, 약물치료, 물리치료, 체중조절 등의 근본적 접근이 더 적절합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무릎에 물이 차는 일은 없습니다.
물이 차는 가장 흔한 원인은 관절염 혹은 외상으로 인한 손상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관절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 같은 조직은 나이가 들면 탄력 및 강도가 떨어져 약한 충격에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상이 발생되면 염증 반응이 생기고, 이로 인해 물이 차게 됩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물이 차는 경우는 보통 2-3주 정도 경과를 지켜보면서 안정을 취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물이 차 있다면 원인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니 반드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요약하면 무릎에 물이 찼다고 해서 반드시 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이 분비된 관절액은 무릎을 구부릴 때 관절이 뻑뻑하고 아파 생활에 불편을 초래합니다. 이런 경우 물을 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물을 뺀다고 해도 효과가 영구적인 건 아닙니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재발하기에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원인 분석이 선행된 후 근본적인 치료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문헌
1. N Maricar, MJ Callaghan, MJ Parkes, et al. Clinical assessment of effusion in knee osteoarthritis-A systematic review. Semin Arthritis Rheum 2016;45(5):556-563.
2. SR Brannan, DA Jerrard. Synovial fluid analysis. The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 2006;30(3):33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