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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면 무릎 연골이 더 빨리 닳을까?

달리기는 보약이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by 송무호

고령화로 인한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필자에게 관절 건강에 대한 각종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립니다.


Q :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달리기를 즐겨하면 연골이 더 빨리 닳을 수도 있습니까?


A : 달리기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하는 가장 흔한 운동이지만, “달리기는 관절에 해롭다, 특히 무릎 연골을 닳게 만들어 관절염을 만든다”는 통념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연구들에 의하면 취미 수준의 달리기는 무릎 관절(특히 연골)에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염증 감소, 관절 공간 유지, 연골 건강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달리기 정도와 관절염 발생(무릎관절 및 고관절)의 관계에 대한 최초의 메타분석(17개 연구, 참가자 11만5천명)에 의하면 달리기를 전문적으로 하는(competitive runners) 프로/엘리트군, 취미로 달리는(recreational runners) 아마추어/취미군, 그리고 달리기를 하지 않는 대조군의 3개 그룹간에 관절염의 발병빈도는 프로/엘리트군 13.3%, 아마추어/취미군 3.5%, 대조군 10.2%로 나와 취미로 달리기를 하는 군에서 관절염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습니다. 고강도의 달리기는 관절염 위험을 높이기에 권장되지 않습니다 [1].


무릎 관절염의 발생과 진행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하기 위해 2014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여러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인 골관절염계획연구(Osteoarthritis Initiative: 45-79세 약 4천8백명, 10년이상 추시)는 관절염 분야에서 가장 신뢰받는 데이터 기반 연구 중 하나입니다 [2]. 이 자료를 기반으로 약 2천6백명(평균 연령 64세, 8년 이상 추시)의 달리기와 무릎 통증, 방사선학적 골관절염, 증상성 골관절염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 취미 수준의 달리기는 무릎 관절염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무릎 통증 및 관절염 발생률을 낮추었습니다 [3].


따라서, 무릎 연골이 더 빨리 닳을까를 걱정해서 달리기를 피할 필요는 없으며, 적절한 수준의 달리기는 무릎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 달리기는 심혈관계, 호흡계, 근골격계, 면역계 등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달리기와 건강 개선 정도를 연구한 35개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 평균적인 달리기 프로그램은 주당 3.7±0.9회, 주당 2.3±1.0시간, 주당 14.4±5.4km, 최대 심박수의 60~90%, 기간 21.5±16.8주였습니다. 1년간 달리기 후 체중 3.3kg 감량, 체지방 2.7% 감소, 안정시 심박수 6.7회/분 감소, 중성지방 16.9mg/dl 감소되었고, 반면 최대산소섭취량(VO2max) 7.1 ml/min/kg 증가, HDL 콜레스테롤 3.3 mg/dl 증가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달리기는 신체 활동이 부족한 성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상당히 개선하므로, 의사들과 보건 당국은 달리기를 권장하고 달리기 프로그램 정책을 지원해야 합니다 [4].


2020년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에 발표된 달리기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14개 연구, 약 23만명 참여자, 5.5~35년 추시)에 의하면, 달리기 참여는 달리기를 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여 모든 원인의 사망률, 심혈관계 사망률, 암 사망률을 각각 27%, 30%, 23%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리기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하는 것은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건강에 이롭지만, 달리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효과가 비례해서 더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도표) [5].

Z Pedisic, et al. Br J Sports Med 2020



어느 정도 달리기가 적당할까요?


덴마크 코펜하겐 심장 연구 센터가 조깅하는 사람 1098명과 조깅하지 않는 413명을 대상으로 달리는 시간, 속도, 운동 횟수, 사망 나이 등에 대해 12년 간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일주일 합계 1~2.4시간, 주 2~3회, 시속 8㎞ 이하로 가볍게 달리는 사람의 사망률이 조깅을 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았습니다(약 30% 감소). 반면 주당 4시간 이상, 주 3회 이상, 시속 11km 이상 빠른 속도로 격렬하게 달리는 사람들은 조깅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의 사망률과 비슷했습니다. 과도한 달리기는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래 살기 위해 뛴다면 적당히 느린 속도로 일주일에 2-3번 정도만 하는 게 좋고, 그 이상은 불필요하고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적절하게 조깅하는 사람들의 수명 연장 효과는 남성에서 6.2년, 여성에서 5.6년이었습니다 [6].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 매일 운동하는 것이 어려운 직장인에게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현재 지침은 건강을 위해 매주 최소 150분(하루 30분, 주5일)의 중간 강도의 신체 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7]. (*운동 상세 설명 -> https://brunch.co.kr/@mhsong21/28 )


시간적 제약으로 규칙적인 운동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은 일주일에 단 하루나 이틀만 열심히 운동해도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최근(2025년 4월) 미국 심장협회 저널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성인 약 9만명을 8년간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과 '주말에 몰아 운동하는 사람'을 '비활동적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모든 원인 사망에 대한 위험은 규칙적인 그룹 26% 감소, 주말 그룹 32% 감소했습니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규칙적인 그룹 24% 감소, 주말 그룹 31% 감소하였고, 암 사망 위험은 규칙적인 그룹 13% 감소, 주말 그룹 21% 감소로 나와 휴일이나 주말에 운동을 몰아서 해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처럼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춥니다 [8].


즉, 건강 유지를 위해 매일 운동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간 강도 신체 활동을 한다면 일주일 동안 고르게 나눠서 하든, 하루나 이틀에 몰아서 하든 각종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단, 하루나 이틀에 150분 정도의 운동을 하려면 근골격계 부상 위험이 약간 더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진짜 바빠서, 아니면 게을러서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하루 5~10분 정도만 투자해서 달리기를 해도 사망률을 감소시킵니다.


약 5만 5천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달리기와 전체 사망 위험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평균 15년 추적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 위험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이 각각 30%와 45% 낮았고, 3년 기대 수명 증가가 있었습니다 (*아래 도표 설명 -> 하루 5~10분, 시속 6마일(약 9.6km) 미만의 천천히 달리기만 해도 사망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9].

DC Lee, et al. J Am Coll Cardiol 2014


달리기는 육체에도 좋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도 좋습니다 [10].


달리기는 세로토닌(행복호르몬), 엔돌핀(진통호르몬), 도파민(쾌락호르몬) 등의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하여 우울증을 개선합니다 [11].


달리기를 항우울제 약물치료와 비교한 연구도 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정신과에서 우울증 환자 141명을 무작위로 배정한 후 16주 치료를 제공했습니다. 참가자(평균 연령 38세, 여성 58%) 중 45명은 항우울제를 투여받았고, 96명은 주 2회 그룹 달리기를 했습니다. 16주 후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달리기는 항우울제 치료만큼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래 도표) [12].


항우울증 약물은 종종 부작용이 따른다는 걸 감안하면, 달리기는 우울증 치료에 아주 좋은 대안입니다.


최근(2024년 2월) 영국의학저널에 보고된 메타분석(218개 연구, 1만4천명, 평균 55세)에 의하면 달리기뿐만 아니라 요가, 걷기, 댄스, 에어로빅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이 우울증, 불안, 심리적 고통 치료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아래 도표) [13].

M Noetel, et al. BMJ 2024



운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보약입니다.


간혹 진료실에서 운동시 통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운동을 더 하다 관절염이 악화되어 오시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구조신호(SOS)입니다. 더 이상 그 동작을 하지 말고 쉬어야 합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이까짓 틍증은 내가 이겨낼 수 있다"며 무리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과한 달리기는 무릎 주위 근육, 인대, 연골, 반월상연골판 손상을 야기합니다 [14].


취미 수준의 달리기라도 이미 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는 부상 위험이 높아지기에, 우선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어느 정도 뺀 후 달리기 할 것을 권합니다. (*체중 쉽게 빼는 법 -> https://brunch.co.kr/@mhsong21/92 )


운동을 하실 때는 항상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사자성어를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P.S. 용어 정리: 조깅(jogging)과 달리기는 같은 러닝(running) 범주에 들어가지만, 속도·강도·목적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조깅은 보통 시속 6~9 km 정도로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기는 보통 시속 9 km 이상으로 호흡이 더 가빠지고 대화가 어렵습니다. 조깅은 저강도 유산소 운동, 달리기는 중등도~고강도 유산소 운동에 가깝습니다. 즉 “조깅은 달리기의 한 형태”지만, ‘편안한 달리기 = 조깅', ‘빠른 달리기 = 러닝'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참고문헌

1. E Alentorn-Geli, K Samuelsson, V Musahl, et al. The association of recreational and competitive running with hip and knee osteoarthr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2017;47(6):373-390.

2. 미국 국립보건원(NIH) https://nda.nih.gov/oai/study-details

3. GH Lo, JB Driban, AM Kriska, et al. History of running is not associated with higher risk of symptomatic knee osteoarthritis: a cross-sectional study from the osteoarthritis initiative. Arthritis care & research 2017;69(2):183.

4. LC Hespanhol Junior, JD Pillay, W van Mechelen, E Verhagen. Meta-analyses of the effects of habitual running on indices of health in physically inactive adults. Sports Medicine 2015;45:1455–1468.

5. Z Pedisic, N Shrestha, S Kovalchik, et al. Is running associated with a lower risk of all-cause, cardiovascular and cancer mortality, and is the more the bett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r J Sports Med 2020;54(15):898.

6. P Schnohr, JH O’Keefe, JL Marott, et al. Dose of jogging and long-term mortality: the Copenhagen City Heart Study.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2015;65(5):411-419.

7. Physical activit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 scientific report.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Washington, DC. 2018.

8. DQ Liao, HM Li, HJ Chen, et al. Association of Accelerometer-Derived Physical Activity Pattern With the Risks of All-Cause, Cardiovascular Disease, and Cancer Death.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2025;14(8):e039225.

9. DC Lee, RR Pate, CJ Lavie, et al. Leisure-time running reduces all-cause and cardiovascular mortality risk. J Am Coll Cardiol 2014;64(5):472–481.

10. F Oswald, J Campbell, C Williamson, et al. A scoping review of the relationship between running and mental health.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0;17(21): 8059.

11. HA Pahlavani. Possible role of exercise therapy on depression: Effector neurotransmitters as key players. Behavioural brain research 2024;459:114791.

12. JE Verhoeven, LK Han, BA Lever-van Milligen, et al. Antidepressants or running therapy: Comparing effects on mental and physical health in patients with depression and anxiety disorders.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3;329:19-29.

13. M Noetel, T Sanders, D Gallardo-Gómez, et al. Effect of exercise for depression: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BMJ 2024, 384.

14. N Kakouris, N Yener, DT Fong. A systematic review of running-related musculoskeletal injuries in runners. J Sport Health Sci 2021;10(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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