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

주변을 물들이는 매혹의 향기

by 올리가든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그중 아침에 마시는 한 잔이 가장 맛있다. 추운 날 싸아한 공기를 느끼며 마시는 뜨거운 한 모금이 좋다. 비 오는 아침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행복하다. 한여름에도 뜨겁게 마시는 이유는 차가운 커피는 향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침 첫 잔은 혼자 마시는 것이 좋다. 누구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두 번째 잔이어야 한다.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마셔야 하는 두 번째 커피는 접대를 위한 음료다. 이때는 뜨겁고 쌉쌀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쿠키를 함께 먹는 게 좋다. 쓴 커피만 마실 때 알지 못하는 여유와 평온함이 있다.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그다지 마니아는 아니다. 양치기 칼디에 의해 커피가 발견되던 날의 염소처럼 나도 커피의 각성효과를 톡톡히 본다. 늦은 오후에 진한 커피를 마시면 편안한 잠은 포기해야 한다.


유럽에 처음 커피가 전해졌을 때 악마의 유혹이라느니 이교도의 음료라고 홀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것의 쓰고 검고 매혹적인 향기는 모든 트집을 잠재울 만큼 월등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세계인의 사랑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나라도 고종 때 커피가 들어와서 상류층의 기호품이 되었다. 한때 인기 드라마에 커피가 가배라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한 적이 있다. 극 중에서 보면 커피 분말을 걸러내어 마시거나 믹스를 타 먹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몇 년 전, 동료였던 현미 씨는 사무실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어 주곤 했다. 그는 전철로 한 시간 거리를 출근하면서도 커피 내리는 기구를 시장바구니에 몽땅 담아 가지고 다녔다.

원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 예가체프라고 했다. 핸드밀을 돌려 커피 가루를 낼 때면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퍼지는 것이 마법의 병마개라도 따 놓는 듯했다.


그는 바리스타 과정을 밟고 있어서 우리에게 커피를 만들어 주며 실습을 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우리 중 누구도 행복한 모르모트 역할을 거절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로 핸드밀을 돌려 보려고 모여들었다. 스무 명이 먹을 커피가루를 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동료들이 교대로 돌리다가 팔 힘이 센 남성들이 마무리를 하곤 했다.


그 후로는 믹스만 마시던 나도 가끔은 혼자서 카페에 가게 되었다.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기다리는 건 다른 것이다. 누구라도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면 신선한 원두의 깊고 은근한 향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웃음 짓게 하는 그 마법의 향을 기다린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감각을 자극하며 매혹하는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은 분명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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