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많은 사람

모드 루이스(Maudi Lewis)

by 묘연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어떤 사람은 가진 게 너무 많아 누군가에겐 소중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어떤 사람은 가진 게 하나밖에 없어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예외 없이 정해진 사람도 있어.

사람들은 이상하게 말이야. 많이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그렇게 가치 있게 생각하지는 않아. 왜냐하면 그 사람은 가진 게 많아서 그것을 꼭 하지 않아도, 혹은 그것을 잃어도 다른 대안들이 많기 때문이야. 오히려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그것들을 해내고 완주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받지.

엄마가 이야기해줄 이 작가가 그래.

모드 루이스와 그의 남편 에버릿 루이스

캐나다의 한 시골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건강하게 태어나질 못했어.

세상은 더 이상 그녀로부터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할 것처럼 작고 약했어.

가녀린 몸과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지.

그녀는 딸을 낳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딸을 입양 보내게 돼. 사실 입양된지도 나중에 알게 되고 많은 시간 동안 자신의 딸이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아. 그게 더 비참하지...

아마도 약한 그녀 하나도 보살피기 어려웠던 시절 그의 딸까지 보살필수가 없어서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보낸 게 아닌가 싶어. 여하튼 그런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예쁜 미소는 잃지 않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까지는 아무 걱정 없이 살지만 그녀를 보살펴줄 울타리가 사라지고 나자 그녀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어버려. 그녀는 홀로 가정부를 구하는 남자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지.

그래도 다행인 건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서인지 그녀는 아주 해맑고 보석 같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어.

그녀는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따듯하고 예쁜 미소만은 잃지 않아. 그렇게 하나 남은 미소는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라.

그 미소 하나로 작은 집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살게 되거든.

아주 작은집을 가지고 있는... 그 집만큼이나 마음이 좁아 보이는 남자의 마음의 문을 연 것도 그녀의 힘이었지. 근데 아마 그 과정은 매우 힘들었을 거야. 그 남자는 쉽게 마음을 여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아마도 그녀의 어려웠던 삶은 이렇게 한 두 줄로 함부로 이야기할 순 없을 거야. 그녀의 이야기로 만든 영화 <내 사랑(Maudie,2016)>라는 영화에 보면 그의 남편은 무뚝뚝하고 사랑에 어색한 남자로 묘사되어 있어.

그녀에겐 갈 수 있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고 혼자 씩씩하게 걸어가야만 했지만 그 길을 걸어가면서 투정 부리거나 좌절하고 절망하지는 않았어.

오히려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면서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았고 귀여운 동물들을 보았고 그 속에 부는 따듯한 바람과 마음을 노래했어.

그렇게 그녀의 손끝에서는 꽃이 피어나고 예쁜 동물들이 그 속에서 뛰어놀았고 그녀가 있는 곳은 모두 꽃밭으로 변하고 나비가 날아다녔지. 이윽고 작은 집은 예쁜 꽃이 만발하는 들판으로 변했고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어.

그녀가 심은 꽃 한 송이 한 송이는 꽃밭을 만들었고 그 꽃밭은 작은 집에서부터 아주 멀리멀리 퍼져나갔어.

사람들은 알게 되었어. 그녀가 절박함속에서 심어둔 강한 향기가 나는 꽃 송이를...

너나 할 것 없이 그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한 장을 갖고 싶어서 어머어마한 돈을 지불하기도 했어.

그들이 그녀가 본 예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무에 달린 잎사귀처럼 그녀의 그림들은 그녀의 집에 달려있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모든 잎사귀를 다 떼주어도 그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어.


아들아.

우린 생각보다 가진 게 참 많아.

예쁜 꽃밭을 보러 갈 수 있는 건강한 두 다리와 두 눈과 따듯한 마음.

그리고 함께 보러 갈 사람들이 있지.

그거면 우리 가진 게 적지 않다고 생각해.

어쩌면 너무 가진 게 많아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을 나누어야 할지 모르는지도 몰라.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서

살아가다 보면 많은 길을 잃고 선택의 여지없는 길을 가야 하는 경우도 생겨.

그럴 때면 대안이 없는 처지에 대해 비관하게 되고 슬프고 절망할지도 몰라.

그리고 그 길을 걷는 내내 나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민들레와 그 사이를 오가는 개미들의 재밌는 삶을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생각을 가볍게 만들고 눈을 열고 마음을 열고 주어진 길을 가다 보면

우리에게도 생각지 못한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믿어.

모드 루이스 그녀가 걸었던 길처럼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인생의 외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예쁜 세상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구나.


느낌이 어때?

인생은 멋진 길을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어진 길을 가는 동안 무엇을 발견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

정말 가진 게 많은 사람은 갈 수 있는 길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가는 길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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