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는 햇살이 눈을 부셔도 눈을 감지 않았고 정해지지 않은 노래를 거침없이 불렀다.
서슴없이 꽃 한 송이를 꺾고 파릇한 잔디를 무참히 밟아버렸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오로지 나만 작은 손으로 한송이의 꽃을 꺾었을 때 목을 떨군 꽃을 보았고 작은 발로 촉촉한 새싹을 밟았을 때 온 힘을 다해 지구 표면을 뚫고 나온 파릇함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세상을 조금 더 살아온 민첩한 눈동자가 가진 생각이었고 조금 더 부딪혀본 둥근 마음이 가진 뭉근함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눈치와 의식으로 훈련된 비열한 눈동자였을지도 모른다.
알몸으로 태어난 작은 몸뚱어리를 진실한 옷들로 채워 나갈 때, 비로소 눈치와 의식으로 쌓인 두꺼운 외투를 벗고 겨우 찌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작은 가슴안에 광활한 그릇이 진한 햇살을 끌어들이고, 아무것도 없는 이야기가 짙은 마음을 서슴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서야 멈칫했던 진심을 펼쳐 놓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순수한 아이가 이야기하는 짙은 진심은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었기에 텅 빈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그 순간 작은 눈동자에 숨어있던 또다른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지만 그 작은 눈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그저 웃고 있었다.
그러자 그 속에 새카맣고 깊은 진심이 훤히 들여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