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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Aug 16. 2016

성북동 명월집(해뜨는 집)_ since1951

오래된 것은 맛있다


성북동 해뜨는 집(명월집)_ since1951
 


‘제일 고기 먹기 힘든 곳’
나에게 서울에서 가장 고기 먹기 힘든 가게를 꼽는다면 주저 않고 이곳을 꼽겠다. 왜 먹기 힘드냐고? 
     
성북동, 정확히 한성대입구역 맥도날드 뒷골목을 걷다 보면 이 가게와 마주친다. 이름도 한 번 바뀐 걸로 안다. 예전엔 ‘명월집’, 내가 먹던 시점엔 ‘해뜨는 집.’ 성북동으로 오기 전엔 연남동에 터를 잡고 시작됐다는 오래된 집이다. 


                             

(보유하고 있는 사진을 찾을 수가 없어 인터넷 기사로 갈음합니다. 제가 기억하던 해뜨는 집의 사진입니다.)
                                                  

여긴 진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곳이다. 예전엔 줄을 서서 먹었다고 하는데, 사장님 건강 문제로 1년 정도 휴점한 뒤(포장한 고기만 팔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 해뜨는 집으로 이름을 바꿔 문을 열었다. 
여길 처음 소개했던 분은 “여기 와서 고기 먹으려면 예전엔 줄 서서 번호표 받고 기다렸어”라며 “이 정도면 그래도 기다리진 않잖니?”라며 더위에 쓰러져가는 나를 위로했다.
가게가 무슨 1++한우를 취급하거나 비장의 특수부위! 그런 걸 파는 건 아니다. 인테리어가 럭셔리하지도 않다. 안을 들여다보면 그저 동네의 흔한 연탄불고기 가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이 내가 설명한 그곳이 맞다. 무슨 고기 한 번 먹기 이렇게 어렵나. 이유를 보자.
     
첫째, 가게 영업은 테이블이 꽉 차면 끝. 다르게 말하면 가게 내 테이블에 각각 손님이 한 번씩 왔다 가면 끝이다. 테이블 회전이 없다. 심지어 전화예약도 안 받는다. 
먹기 위해서는 개점 전인 5시 근처부터 골목을 하이에나처럼 서성거려야 한다. 가게 문이 열리면 가서 “6시 3명이요”라고 말하면 테이블에 포스트잇으로 인원과 이름을 적어 붙여놓으신다. 이게 예약의 전부다. 늦게 도착하면 어쩔 수 없다. 테이블이 다 찼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다른 곳에 가야지.
     
둘째, 고기는 인당 1인분, 추가주문이 되지 않는다. 사장님의 건강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벽에도,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도 추가주문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곳의 오랜 전통이랄까.
더 먹고 싶으면 두 명이 처음부터 가서 “총 세 명인데 아직 한 명이 안 왔어요” 라며 어색한 연기력과 얄팍한 거짓말을 구사해왔다. 물론 그 한 명은 끝까지 오지 않는다. 
     
이런 불편함에 돼지 목살치고는 비싼 2만원이라는 가격까지(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여길 왜 먹냐? 라는 짜증도 잠시, 사각형으로 된 무쇠 불판 한구석에(불판도 이곳에서 직접 만든 형태) 김치와 사장님이 춤추듯 초벌구이해낸 돼지불고기는 큐브 모양으로 잘려져 불판 위로 올라온다. 입에 넣으면 터지는 육즙이 환상적이다. 무쇠 불판은 손을 그 위로 지나가기만 해도 열기가 느껴질 만큼 뜨겁다.
김치는 그냥 익히기 전엔 소금과 고추 맛일 뿐인데, 불 위로 올라가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쩜 이렇게 감칠맛이 늘어날 수 있지?
처음 오는 이들을 위해 사장님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테이블을 돌며 설명을 해주신다. 이런 정성이 맛을 만드는 요인이겠지. 
     
고기 한 점에 김치 한 조각, 술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안주다. 
맛없는 희석식 소주도 이런 땐 기분 좋게 마셔준다. 안주가 럭셔리한데 어떻게 술을 가리겠는가?
     
사실 학교 다닐 땐 이곳을 자주 찾지 못했다. 첫째로는 강의 시간이 너무 안 맞았고(끝나면 이미 손님이 차 있다) 둘째로는 은근히 위치가 많이 걸어야 했으며 셋째로 학생 주머니에서 내기엔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다(물론 다른 거 많이 먹고 다녔지만…)
나의 음식점에 관한 기억은 ‘누구와 같이’ 혹은 ‘얼마나 자주’로 갈린다. 우습게도 명월집은 둘 다 아니다. 그냥 고기 맛과 분위기, 사장님이 고기 초벌구이를 하는 어깨춤과 먹기 위한 난이도(!)로 기억한다. 오죽 먹기 어려웠으면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는 나까지 자주 발걸음을 하지 못했을까.
     
얼마 전 잊고 있던 이곳이 생각나 개점 시간을 확인하고 가볼까, 하고 검색했다가 슬픈 소식을 봤다. 오랫동안 터를 잡았던 서울을 떠나 사장님 고향이신 춘천에서 다시 ‘명월집’으로 이름을 바꿔 개점했다고. 
     
이 글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입 밖에 나온 말은

 “ITX타고 춘천 한 번 갈까요?”  
   
춘천에 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닭갈비에 막국수, 빵에 돼지불고기까지… 춘천은 언제 가도 아름답고 맛있는 곳이지만 이젠 가야 할 이유가 정말 하나 더 늘었다. 여름 더위가 가시면 한 번 가야지.      


        



오래된 집들은 맛있다. 
     
1년 이내 문을 닫는 음식점이 50%고 5년 이상 살아남는 음식점은 30%라고 하는 시대다. 요식업계는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 이 수많은 음식점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뭘까. 
식품업계에 몸담은 이들을 만나 이 질문을 던지면 한결같이 가장 먼저 말하는 핵심은 '맛'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들은 뭐가 있을까. 이 글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오래된’이라는 말의 정의를 고민했다. 
사전적 정의로 ‘오래되다’의 뜻은 아래와 같다.
[형] 오래-되다 ‘시간이 지나간 동안이 길다.’ 
   
한국에서 음식점이 15년 이상 되면 한 지역(동네)에서 터줏대감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오랜 시간 동안 운영된 가게들이 많긴 하지만, 일단 15년 이상 맛을 지켜온 가게들을 기준으로 삼는다. 맛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를 수 있으나, 글의 성격상 최대한 경험에 의거해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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