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단걸 Mar 19. 2022

왜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 거니?

나도 너희를 무척 사랑한단다. 알고 있지?


무료하고 피곤한 내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무래도 평화롭게 잠든 내 강아지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퇴근을 하면 피곤이 나를 점령하게 되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하루 종일 잠만 자던 내 강아지들이 한달음에 뛰어나와 나를 반겨주고 오늘 하루치의 피곤을 핥아주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서둘러 아이들 밥을 먹이고 산책을 다녀와 아이들이 각자 자리 잡고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그것이 아무래도 내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날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왜 이토록 나를 사랑해주는 것일까’ 가끔 잠을 자다가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눈을 뜨면 둘 중 한 녀석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두 녀석 모두 나란히 앉아 내 얼굴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런 때엔 나도 아이들을 안아주며 물어본다. “내가 그렇게 좋아?” 내가 신기하게 생겨서 내 얼굴을 쳐다본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가능성은 무시한 채로 고마운 마음을 담아 깊이 안아줄 뿐이다.


정말이지,  강아지들은  이렇게 나를 바라보고, 나를 사랑해주는 것일까. 내가 아닌 다른 가족을 만났더라면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곤히 잠든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보호자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아이들에게 잘해준다고  지라도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은 절대 바뀔  없으니까. 가족 구성원 누군가가 내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정으로 입양이 되었더라면  아이들은 조금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도도한 봄이는 나에게 애정표현을 잘하지 않는다. 내가 무릎에 앉혀주어도 이내 내 무릎에서 내려가 꽃님이 옆자리에 앉아버린다. 가끔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긁으며 명령한다. “휴먼, 나를 만지게. 나는 지금 자네가 만져주면 좋겠네.” 내가 애써 무시하면 내 손에 구멍을 낼 기세로 손을 긁는다. 이상하게 꽃님이도 내 무릎에는 한사코 앉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복길이는 내가 거부해도 항상 내 무릎을 차지했는 데에 비하면 이 두 녀석의 내 무릎 거부는 나에게 약간 마음의 상처를 준다. 물론 내 무릎에 앉지만 않을 뿐 꽃님이는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강아지이다. 한껏 축축한 혀로 내 입을 핥을 때 나는 한사코 거절하는 편인데 꽃님이는 내 거절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도 않고 빼지 말라며 더 적극적으로 혀를 내밀어 축축한 혀를 내 콧구멍에 넣거나 내 눈을 핥아준다. 내가 왜 이렇게도 좋은 건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도도한 봄이가 나에게 긁어달라고 요구할 때, 꽃님이가 적극적으로 내 입술을 탐하며 핥아줄 때 나는 행복하다. 그것은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책을 나가면 앞장서서 걸어가는 꽃님이의 리드미컬한 엉덩이의 움직임이, 내 뒤에 따라오는 봄이의 경쾌한 발걸음에 나는 생각한다. 어쩌다 우리가 가족이 되었을까. 착하지도 않은 나에게 이토록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올 수가 있었을까. 이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나와 가족이 되어 저들은 행복한 것일까. 마음대로 나를 조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상쾌한 산책길에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 머릿속에 길게 늘어선다. 나를 뒤돌아보는 꽃님이의 표정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봄이의 시선에서 만족이, 행복이 느껴진다. 나는 이내 잡생각을 멈추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매일 강아지들의 평화로운 숨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강아지들에게 뽀뽀를 하며 잠을 깨우는 아침이, 밤 열시만 넘으면 자러 가자며 침실 문 앞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내 강아지들이, 침대에 올라와서 잘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침대를 뛰어 내려가 찹찹찹 물을 마시고 소변을 보고 다시 침대로 도도도 발걸음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뛰어올라와 한숨 한번 크게 내 쉬고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잠에 빠지는 강아지들의 평온한 밤이 내게는 큰 행운이며 행복이다.


고맙다. 나를 이토록 사랑해주어서.


야, 쟤 왜 안 일어나냐?


언니, 안 일어날 거야?



아, 이런 우라질. 진짜 안 일어나네.


산책 후, 꼬질꼬질한 채로 널브러진 내 강아지들


뭘 봐?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는 첨 보냐?


평화롭게 잠든 내 강아지들


야. 월요일은 진짜 개피곤하지 않냐? 후아


열 시 넘었는데, 자러 안 가냐? 그러다 너 내일 지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관찰이 취미인 강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