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있지만 만족하는걸요.

괜찮다고, 만족한다고 믿으면 진짜 그렇게 될 테니까.

by 모단걸




밤이 되면 나는 집안의 조명을 끄고 되도록 집안을 어둡게 만든다. 원래부터 병원 분위기가 나는 형광등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벌레를 막기 위해서다. 밤만 되면 14층까지 벌레들이 날아 들어온다. 처음에는 우리 집 앞에 작은 개천이 있으니 벌레가 많을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며칠 전 창틀에서 매미 사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꽃님이가 창틀을 긁고 낑낑거리기에 가봤더니 엄지 손가락 크기의 매미가 죽어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인테리어 공사비의 1/3이 샷시 비용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매미가 우리 집 창틀에 있을 수가 있는 것인가. 검색을 해봐도 이 브랜드의 샷시 공사 후 벌레로 인한 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아파트 환경에 문제가 있나 싶었다. 한쪽에는 작은 산이 있고 아파트 단지를 둘러 흐르는 작은 개천이 있으니 벌레가 유독 많은 환경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같은 아파트의 다른 단지에 살았던 이 전에는 이런 벌레 문제가 한 번도 없었으니 그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뒤늦게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을 했다. 매미가 들어왔다는 이야기에 담당자도 놀랐고, 결국 어제 샷시 시공팀에서 다녀갔다. 결론은 샷시에 문제가 있다는 것. 후아. 창틀과 샷시 문 사이의 공간을 막아두는 부속품이 빠져있다는 것. 본사에 알아보겠다며 샷시팀은 우선 철수를 했다. 그 뜻은 나는 아직도 벌레와 동고동락을 해야 한다는 것, 꽃님이는 밤이면 나방을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 기운이 조금 빠졌다.


집을 시세에 비해 싸게 계약을 하고 나서 나는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이제까지 2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길 때마다 도배를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어울리는 가구를 주문하며 공간을 꾸며왔다.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공간이기에 내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내 취향으로 꾸며 놓은 집에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면 집주인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대다수의 집주인들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었다. 이직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약기간 이전에 이사를 나가게 되는 경우 다른 세입자를 구할 때면 이런 낡은 집을 이렇게나 꾸며놓았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어쨌든 인테리어 공사를 결심하고 업체 선정을 할 때 전체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하자보수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내 취향이 담긴 공간은 어느 업체든 가능할 것일 테고, 24평형대의 인테리어 비용은 다 고만고만했더랬다. 공사라는 것이 내가 직접 하지 않는 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어디에서든 문제가 생길 것은 뻔했다. 그렇다면 바로 하자 보수를 해주는 업체가 중요했다. 긴 고민 끝에 메이저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겼다.


거실 발코니와 주방 발코니를 확장했고, 침실과 거실에 실링팬을 달았으며, 침실에 있던 아주 작은 화장실은 변기를 떼어버리고 파우더룸으로 만들었다. 싱크대, 욕실, 벽지, 바닥, 방문 등등 전체 공사를 2주 만에 마쳤고 나는 이사를 했다. 이사하는 날 오전에 입주청소를 했고 오후부터 짐을 올렸는데 그때 마침 공사업체 담당자도 함께 있었다. 아직 파우더룸 공사 마무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삿짐센터 직원이 이삿짐을 올리기 전에 집안을 살펴보더니 장판 이곳저곳에 찍힌 곳이나 찢어진 부분을 알려주었다. 장판공사를 완료하고 난 이후에 싱크대며 파우더룸 장등 가구공사를 진행했기에 장판에 흠집이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공사업체 담당자도 함께 확인을 했고, 이사가 끝나고 난 후 하자보수를 약속했다. 이사를 끝낸 그 날밤, 집안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더니 벽지가 뜬 부분이 좀 있고, 벽지 마무리가 허술한 부분, 욕실 조명이 뜨는 부분, 서재 방 발코니 페인트 색상이 내가 원한 색상과 달랐고, 욕실 타일 줄눈 마무리가 안된 곳, 장판과 걸레받이 부분의 실리콘 마감이 안된 곳 등등 여러 개의 작은 하자들을 발견했다. 공사기간이 2주밖에 안되었던 터라 이런 하자들은 예상했었기에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을 해두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도배팀, 페인트 팀, 장판팀, 시공팀이 차례로 와서 보수를 해주고 갔다.


물론 처음부터 깔끔하게 벽지나 장판, 마감 작업이 끝났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이렇게 뒤늦게 발견된 하자에 대해 바로 보수를 해주니 역시 메이저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긴 나의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그렇게 믿기로 결심했다). 샷시 틈을 막는 부속품이 빠진 것도 조만간 보수를 해 줄 것이기에 기운은 좀 빠지지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저곳에서 여러 가지 하자가 있었지만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 곳이 내 집이라는 것이 무척 만족스럽기 때문에 그쯤이야 하는 마음이 더 크다. 8년 전 말레이시아에 사는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 처음 보고 마음에 쏙 들었던 실링팬을 거실과 침실에 달았고, 중문을 설치했으며, 욕실은 내가 좋아하는 그레이톤의 테라조 타일을 시공했고, 현관 타일은 오렌지색이 섞인 밝은 컬러의 테라조 타일로, 그린 컬러의 방문에는 그와 어울리는 골드 컬러의 손잡이를, 식탁등은 유리공예 등을 달았고, 파우더룸에는 골드 컬러의 조명과 거울, 수전을 설치했으며 주방 벽지는 심심하지 않도록 그린 컬러 바탕의 꽃무늬 포인트 벽지로 시공한 나의 공간이 ‘그 정도 하자쯤이야 고치면 되잖아’ 하는 대범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인테리어 컨셉 미팅을 위해 분당으로, 벽지와 장판, 타일을 선택하기 위해 용인과 수원을 오갔던 그 수고들이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요즘 더욱 빛을 발하는 기분이다. 이제 샷시 하자만 보수하면 끝이겠지. 아니 그것이 끝이 아닐지라도 보수하면 되니까. 괜찮다. 괜찮다고 믿으면 정말 괜찮아 지니까 말이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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