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낯선 골목 끝에서 만난, 굳어버린 나를 깨우는곳

by MIA

사람이 무서워질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투명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집트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나는 나를 지우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근거 없는 소문과 엇갈린 오해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 내 세계의 문고리는 안으로 굳게 잠겼다. 튀지 않게, 조용히,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먼지처럼 지내는 것. 그것이 좁디좁은 한인 사회에서 내가 찾아낸 생존 방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툰 운전 실력으로 길을 헤매다 이름 모를 골목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곳에서 마법처럼 나타난 낡은 단독주택 하나. 초록색 가든이 품어낸 그곳은 요가와 명상, 그리고 커피 향이 어우러진 비밀 기지 같은 곳이었다.

'심봤다.'

마음속으로 나직이 외쳤다.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지도 위 나만의 별표.

다음 날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내자마자 나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그 비밀의 정원으로 차를 몰았다.


땀방울이 씻어 내린 고립의 무게

시간표에 빼곡히 적힌 낯선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등 떠밀리듯 '트라이얼 수업'에 들어갔다. 요가라곤 평생 해본 적 없던 뻣뻣한 몸. 강사의 영어를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매트 위에 흐르는 정적만큼은 선명하게 들렸다. 동작을 따라 할 때마다 땀이 뚝 떨어졌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마신 유기농 레몬 아이스티 한 잔.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서늘한 감각이 마치 내 안의 묵은 감정들을 씻어내주는 것 같았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는 다음 날 아침에도, 이상하게 그 정원이 그리웠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세 번, 나를 찾는 수행을 시작했다.


15년의 세월이 건넨 다정한 위로

강사님과 수업이 끝난 후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동네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다. 15년 동안 요가를 배우다 자격증을 따고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유방암을 완치했다는 그녀의 눈빛은, 길을 잃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평온함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


땀방울 끝에 맺힌 지적인 갈증

수업이 끝난 뒤, 땀을 식히며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평온한 얼굴 위로 부서지는 햇살을 보며, 문득 나도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나의 가방에도 책 한 권이 자리를 잡았다. 몸을 움직여 체력이 생기자, 신기하게도 마음의 빈 곳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책장을 넘기는 손길엔 전에 없던 힘이 실렸다.

그것은 '주눅 들어있던 뇌'가 깨어나는 감각이었다. 타국의 낯선 환경과 관계의 피로감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내 이성이,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속삭였다. '너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숨을 들이마시고, 당신의 존재를 느끼세요. 그리고 내뱉으세요. 당신을 가두던 모든 두려움을 뱉어버리세요."

강사님의 그 한마디는 비단 요가 매트 위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었다. 타국에서의 외로움,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 백수라는 절망감. 나는 이제 그곳에서 걸어 나올 준비가 되었다. 내 뇌가,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으니까.



당신이라는 원석은 여전히 빛나고 있기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원래 빛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당신이 조금 움츠러들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도, 열정이 식어서도 아니다. 그저 당신의 몸과 마음이 아직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뻣뻣하게 굳은 근육을 하나씩 늘려가듯, 당신의 하루에도 아주 작은 움직임을 허락해 보기를 권한다. 땀을 흘리고, 숨을 쉬고, 다시 책을 펼치는 그 사소한 반복들이 모여 당신의 무너진 자신감을 세워줄 것이다.

준비가 되면, 당신은 다시 피어날 것이다. 그때의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깊은 향기를 내뿜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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