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이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솔직히 많은 분들이 담낭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담낭 수술(담낭 제거, cholecystectomy)은 정말 흔하고, 수술 후에 통증이 사라지면 “이제 끝났다”라고 느끼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기능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담낭 제거 수술은 매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받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하면 담낭 발작처럼 느껴지던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분들은 담낭이 없는데도 “담낭 발작 같은 통증”이 계속됩니다.
담낭 제거 후 증후군(Post Cholecystectomy Syndrome, PCS)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는 상황이 있고, 담낭을 제거한 사람 중 일부에서 이런 문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담낭을 뗐는데도 왜 통증이 남을까
담낭이 없으면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오래 살 수 있을까
담낭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만 문제가 될까, 호르몬 대사도 흔들릴까
담낭 기능 저하가 체중 증가와도 연결될까
이 질문들이 현실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습니다.
저는 담낭을 이야기할 때, 항상 이 질문부터 합니다.
왜 담낭이 그렇게까지 나빠졌을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을까
예방하거나 늦출 수는 없었을까
호르몬 상태는 단순히 생리 주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담즙의 질과 흐름, 지방 소화, 호르몬 대사까지 다 연결됩니다.
담낭을 떼신 분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통증으로 고생했고, 결국 담낭 상태가 너무 나빠져서 제거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정기검진에서 담석, 담낭용종 등이 발견되어 떼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도 자기 장기를 떼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왜?”를 봐야 합니다.
제가 진료에서 자주 보는 연결은 이렇습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
즉, 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가 있을수록 담즙이 끈적하고 무겁게 변하는 방향으로 가기 쉽습니다.
에스트로겐 우세는 특정 나이에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가임기에도 생길 수 있고 폐경기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정의는 간단합니다.
에스트로겐이 높다, 혹은 프로게스테론이 낮다의 문제가 아니라 에스트로겐 대비 프로게스테론 비율이 깨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상태는 담낭 쪽 부담과 연결됩니다.
여성 호르몬은 담즙 분비와 담낭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에스트로겐은 담즙 내 콜레스테롤 포화도를 올립니다. 이 콜레스테롤 포화도는 담석 형성과 연결됩니다.
또 에스트로겐은 담즙산 분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담즙산이 줄면 지방을 유화시키는 능력이 약해집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담낭의 수축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담낭이 잘 수축하지 않으면 담즙이 제때 배출되지 못하고 고이게 됩니다.
결국 담즙이 정체되고, 담즙이 더 끈적해지고, 담낭이 비워지지 않는 상태로 이어집니다.
임신 중에는 여성 호르몬이 크게 변동합니다.
그래서 임신 중 또는 출산 직후에 담석이 생기거나 담낭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건 “특이 체질”이라서가 아니라 호르몬 변화가 담즙과 담낭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으면 담즙이 끈적하고 정체되는 방향으로 갑니다.
담즙이 정체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게 지방 소화입니다. 지방 소화가 안 되면 어떤 일이 생기냐면
“지방 유화가 잘 안 된다
지용성 영양소 흡수에 문제가 생긴다
소화가 더뎌지고 속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담즙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호르몬 대사도 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즉, 담즙 흐름 문제는 소화 문제이면서 동시에 호르몬 대사 문제입니다. 그래서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는 분들에게 담낭 문제가 같이 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담낭만 보지 말고 에스트로겐 우세를 같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담낭 플러시 같은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걸 하든 안 하든 핵심은 같습니다. 담즙이 왜 끈적이고 정체됐는지 그 배경의 호르몬 불균형을 같이 다뤄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기생충, 특히 간흡충 같은 요소가 담즙 흐름을 막고 담낭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MTHFR SNP가 있다고 해서 모두 담낭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다만 히스타민, 에스트로겐 우세, 담즙 정체가 같이 엮여 있는 분들에서는 MTHFR 변이가 담즙 환경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담즙의 성질을 좌우하는 인지질”과 “에스트로겐 대사”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 PEMT 효율 저하와 인지질(PC) 부족입니다.
담즙이 물처럼 흐르려면 담즙산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담즙 안에서 콜레스테롤을 잘 ‘유화’해줄 인지질, 특히 포스파티딜콜린(PC, phosphatidylcholine)이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메틸화 여력이 떨어지면 PEMT 경로의 효율이 같이 떨어질 수 있고, 그 결과 PC 합성 능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PC가 부족해지면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 안정적으로 섞이지 못하고, 담즙이 끈적해지면서 슬러지 형태로 정체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즉, 담즙이 ‘흐르는 액체’가 아니라 ‘걸쭉하게 고이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둘째, COMT 효율 저하와 에스트로겐 우세의 심화입니다.
COMT는 카테콜에스트로겐 같은 에스트로겐 대사 산물을 메틸화해서 정리하는 데 중요한 효소입니다.
COMT 효율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 대사가 느려지고, 체감적으로는 에스트로겐 우세가 더 심해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우세는 담즙 내 콜레스테롤 포화도를 올리고 담즙 흐름을 더 정체시키는 축과 연결됩니다.
결국 “PC가 부족해져 담즙이 끈적해지는 방향”과 “에스트로겐 우세로 담즙이 정체되는 방향”이 동시에 겹치면, 담즙 슬러지나 담낭 기능 저하 쪽으로 더 쉽게 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담낭이나 담즙 문제가 반복되는 분들 중 일부는, 단순히 지방을 줄이거나 담즙산만 늘리는 접근보다, 메틸화-콜린-PC-에스트로겐 대사 축을 같이 묶어서 보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담낭을 제거했다면, 담낭 자체를 되돌릴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가는 게 답도 아닙니다.
담낭이 없어지면 담즙은 “저장 탱크” 없이 바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지방 소화가 깔끔하지 않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지방을 아예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려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 방향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지방을 과하게 제한하면 호르몬 재료 자체가 부족해지고 호르몬 생산이 더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담낭 제거 후에는 지방 유화와 소화를 도와주는 보조 전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개인 상태에 맞춘 영양 지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담낭 없이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담낭이 없어도 “문제가 없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담낭 기능이 떨어지면 지방 소화가 흔들리고 담즙 흐름이 정체되고 호르몬 대사가 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에스트로겐 우세가 있는 분들에게는 담낭 문제가 같이 묶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호르몬 밸런스를 자연스럽게 회복시키는 방향의 접근을 하려면 간과 담낭 기능을 필수로 같이 봐야 합니다.
담낭을 제거했다면 그에 맞는 영양 지원과 소화 지원이 들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