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유를 꿈꾸다

작은 저항, 그림자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by Mia 이미아


억압된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의문과 작은 저항이 싹튼다. 부모의 강한 통제력 아래에서도 아이는 미세한 틈을 찾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려 애쓴다. 아무래도 부모에게 대놓고 맞설 용기는 없어서, 사소한 행동을 통해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려 한다. 예를 들어 일부러 방 청소를 미루어 부모의 잔소리를 유도한 뒤, 늦게 억지로 정리하는 척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버는 식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숙제를 늦게 제출하거나, 부모가 원하지 않는 옷을 선택하는 작은 반항을 시도한다. 이러한 행동은 부모의 즉각적인 통제를 피하면서도 자신의 작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본능적이고 전략적 움직임이다.


이런 사소한 저항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지만, 아이에게 "그래도 나는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을 준다. 반복적인 억압 속에서도 아이는 자신만의 작은 자유를 모색하며, 이를 통해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자율성 개념에 따르면,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독립심을 발달시키기 위해 작은 반항을 시도하며, 이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부모의 강한 통제 아래에서도 아이는 '내가 완전히 부모의 꼭두각시가 아니야'라는 무의식적 선언을 통해 자율성을 주장하려 하며, 이러한 작은 시도가 쌓여 결국 더 큰 변화의 계기가 된다.


작은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는 더 큰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시키는 대로가 아닌 내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해 입기', '근처 카페에서 혼자 책 읽는 시간 갖기', '부모 몰래 취미 활동 참여하기' 등이 있다. 이는 단지 일탈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율성을 키우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이는 몰래 행동하면서 불안을 느끼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경험하며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사소한 경험들은 독립적인 삶을 계획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기를 좋아했다. 중학생 때 학교를 마치면 교복을 입은 채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기들을 돌보곤 했다. 아기들은 귀엽고 좋은 냄새가 났으며, 내가 건넨 사랑을 순수하게 되돌려주는 존재였다. 그 시간을 통해 부모의 시선과 억압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고, 자유롭게 애정을 쏟고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아기들을 돌보는 시간은, 내 내면을 치유하는 숨 쉴 공간이었다.


또한, 나는 종종 세련된 언니가 운영하는 동네 옷가게에서 무급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말이 아르바이트지, 사실은 집에 들어가지 않음으로써 부모에게서 벗어나려는 작은 탈출구였다. 진열된 옷을 정리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구상하며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부모의 압박에서 벗어나 옷의 질감과 색상을 직접 살피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조심스럽게 탐색할 수 있는 이 공간은 나에게 일종의 자유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나는 작은 자유를 하나씩 쌓아 나가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이 시절부터 나는 패션 디자인에 흥미를 가졌다. 이렇게 내 마음을 붙잡아 주는 작은 활동은 부모의 통제로부터 잠시 해방시켜 주었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작은 저항을 시도하다 보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부모가 이를 알게 되면 '감히 시키는 대로 안 하고 네 멋대로 하느냐'며 화를 내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나는 ‘감히 네가 즐거운 일을 하느냐’ 하고 느껴졌다) 부모는 이런 행동을 배신이나 불순종으로 간주하여 자녀의 시도를 좌절시키려 한다.


아이는 부모의 강압적인 반응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자신의 욕구를 확인하는 계기를 갖는다. 이전에는 부모의 절대적인 권위에 눌려 상상조차 못 했던 작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원하는 것을 직접 찾고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립의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자라났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의 졸업쇼를 보며 그 학교를 꿈꾸게 되었고, 신체와 옷을 통해 표현되는 미감에 매료되었다. 색감, 질감, 형태 모든 것을 창의적이고 완벽한 디테일로 완성하는 '*오뜨 꾸뛰르'에 반했다. 학업을 계속했다면 내향적인 성격인 나는 어느 패션 하우스의 장인으로 패턴을 만들거나 손바느질을 하며 평생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공부했다. 내 몸은 신체화 증상이 아닌 질병의 일종이다. 런던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여름에도 패딩을 입을 정도로 열이 오르거나, 면역 반응으로 피부에 발진이 나거나, 몇 개월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는 등 건강상의 어려움이 있었다.


조금 또 열이 오르는지 추위를 탄다. 캐럴(Carol)은 이상하게 자주 많이 아픈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고마운 마음인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마주 보고 얘기도 못 했다. 난 아플 때 눈을 보지 않으려는 버릇이 있다.

-런던에서의 일기 중-


패션 스쿨에서는 책상 앞보다는 작업대에서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몸의 불편함보다 학업에서 얻는 기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번 돈은 신중하게 재료 구입에 투자했고, 부족한 부분은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으로 채워나갔다. 그 결과, 나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다른 학교의 입학 심사관조차 '우리는 너 같은 학생이 꼭 필요하다'며 나를 인정해 주었다.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부모는 기쁨도, 자랑스러움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들은 당시 내 명의로 벌인 책임지지 못한 사업과 막대한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다시 그 끔찍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혀왔다. 마치 입양되었던 유기견이 파양 당해 다시 보호소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니,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에 더 가까웠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열심히 공부해서 집에 보탬이 되겠다'는 결심은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었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계획에 없었다. 부모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나에게 처음 가져본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런던에서 가족과 완전히 떨어져 보낸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꿈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경험했다.



이 모든 경험은 나에게 꿈의 좌절이라는 깊은 아픔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의지가 되었다. 런던에서 쌓아온 나의 경험과 성장은 이후 지속된 학대와 혼란 속에서도 삶을 향한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그곳에서 배운 것들은 내 존재의 가치를 희미하게나마 깨닫게 해 주었고, 부모의 끊임없는 비난과 요구에 흔들릴 때마다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살아있는 한, 나의 꿈을 향한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 주었다.


작은 저항이 삶의 의지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시도했던 작은 행동들이었지만, 점차 나만의 방식을 찾으며 나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과정이 되었다. 사소한 선택들이 쌓이며 진정한 자아의 조각이 되었고, 결국 그 조각들이 모여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때론 그 작은 저항이 부모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내가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이 차츰 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


2021년, 처음으로 마음을 돌보기 시작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센터를 방문하고,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무료 상담을 선택했고, 초기에는 센터 내 부서 이동 같은 이유들로 인해 상담 선생님이 1~3개월 간격으로 자주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덕분에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경험을 더욱 잘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담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나는 자살 충동을 느끼지 않는데 왜 이런 얘기를 하지?' 또는 '이것이 상담의 일종의 형식적인 인사인가?'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기억을 정리하고 내 상처를 하나씩 마주할수록, 그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작은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행위 자체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마음껏 노래를 불러 보는 일, 다른 이에게는 만화를 보며 웃는 일, 혹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건 내가 정말로 원해서 하는 선택'이라는 자각이다. 그 한 번의 선택이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작은 선택들은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작점이 된다. 또한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정 원하는 것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아 존중감이 회복된다. 이러한 순간들은 독립적인 삶을 설계하는 기반이 되며, 더 큰 결정을 내릴 용기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의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을 키우는 데에는 주변 사람의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아이의 선택을 지지하고 격려해 준다면, 작은 시도를 지속할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지지는 감정을 신뢰하고 더 큰 독립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선생님이나 친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공감이 있으면 더욱 용기를 낼 수 있다. 누군가가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도 돼"라는 말 한마디만 해줘도 지지와 위안을 얻고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완전히 단절된 상태라면, 아이는 '나는 혼자이니 아무 소용없다'라고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고립감은 가능성을 제한하고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주변인을 찾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부모의 강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설계해 나가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자녀는 서서히 자립의 문턱에 선다. 부모의 눈치를 덜 보고 자신의 욕구에 귀 기울이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 더 큰 결정을 내릴 때도 용기가 생긴다. 예컨대 대학 진학, 진로 선택, 직장 이동 등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이번엔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보자'라고 결심하게 된다. 작은 시도들이 모여 자신만의 삶을 설계할 힘을 기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부모의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욕구와 꿈을 탐색하는 능력을 키운다. 처음에는 부모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지만, 작은 자유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작은 자유의 축적이 결국 자율적인 삶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자유를 찾는 시도는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강한 영향력 하에서도 아이가 살아남고 성장하는 중요한 방식이 된다. 부모의 통제를 피해 작은 세계를 만들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작은 시도들이 모여 자녀는 점차 독립적인 사고를 키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용기를 얻게 된다. 결국,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자녀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부모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여러분이 나이가 어떻게 되든, 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한 번 작은 시도를 해보길 권한다.



*오뜨 꾸뛰르 : Haute(고급의)와 Couture(재봉, 의상점)의 합성어로서 의복 제작을 넘어 패션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최고급 맞춤 의상 문화를 상징한다.

-오트 쿠튀르는 엄밀하게는 프랑스 오트 쿠튀르 및 의상 협회(Fédération de la Haute Couture et de la Mode, FHCM) 오트 쿠튀르 의상조합(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이 부과하는 기준을 이행하는 쿠튀르 하우스가 홍보에 사용할 수 있는 문구이다. 이 의미에서 나아가 오트 쿠튀르는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 등 패션 중심지에서 생산 및 유통되는 고급 맞춤복들을 서술하는 데에도 사용되며, 또한 의류 분야를 넘어 예술이나 음악 분야에서 사용되기도 한다.(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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