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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경 Nov 29. 2021

잠.

닿지 않는 마음을 고이고이 접어서

매일 밤 혼자 곱씹어 삼켜버렸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아침이면 속이 더부룩했어.

어느 날은 기침이 심하게 나서 목이 따끔거리고

단맛이 나면서 목이 잠기더니 이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할 말도 하지 못할 말도 못하게 되더니

마음에는 모순적이게도 평화가 찾아오더라.

늘 듣는 게 익숙했던 나도 너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


내가 너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그러니까 굳이 너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너가 안녕한지.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있는지 아니면 이루었는지.

지금은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는 게 있다면 기어코 이뤄내고야 마는 너는

그래서 결국 만족했는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값지고 아름다운 실패는

그래서 늘 모자란 너의 뿌리에게 갔는지. 아니면 가지에게로 향했는지.


나는 네가 매일 밤 소화제가 없어도 편안하게 잠을 자길 바라.

매일 밤 한 터울씩 두터워지는 기둥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동글한 잎사귀들이 덮어주는 이불을 덮고

그 무엇보다 보드라운 연보랏빛 꿈을 꾸길 바라.

열매가 없는 나무에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너의 안부를 걱정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기억하기를 바라.

그렇게 너의 온 하루가, 아침이, 매일이 사랑으로 가득차기를,

네가 투명해지지 않고도 세상과 함께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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