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작은 젤리 곰이 떠나간 지 오늘로 딱 10일이 되어간다.
아침 여덟 시부터 카톡을 해온 엄마는 한의원을 가보자고 했다. 사실 저번 주 유도분만 이후로부터 나의 엄마는 딸의 건강상태를 걱정해 한의원에 가서 약을 한번 지어보자고 했다.
마음 정리도 안된 저번 주에는 그냥저냥 아프기만 했다.
그냥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나와 남편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 많이 고려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 겨우 사 년의 연애 후, 물 흐르듯 '결혼이나 할까'라는 이야기 후 결혼을 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었고, 둘 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어느 순간에 찾아왔다.
몸살이겠거니, 원래 잠이 많아 저녁을 먹어 잠이 오겠거니, 주기가 확실한 나는 왜 생리를 하지 않는 걸까.
밤 열두 시에 확실한 답을 얻고 싶었던 나는 집 앞 편의점에서 파는 테스트기를 사 왔다.
아침 소변이 제일 정확하다던데, 성격 급한 나는 그 여섯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테스트기를 뜯었다.
두줄이 너무 선명했다.
아가가 찾아왔다.
너무 단호하게 선명한 두줄이라 뭐라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당황스럽기도 했다.
설마 설마 하며 같은 회사의 테스트기를 하나 더 사 왔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 다시 해봐야지.
확실한 결과는 어디를 가지 않는다. 아침에도 나의 불안한 마음에 한번 더 확신을 주듯 선명한 두줄이었고,
자고 있던 남편에게 가져갔다. 무슨 반응을 보일까 고민하면서.
아, 오빠가 당황했다. 당연하지 나도 당황스러웠는데.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오빠가 물었다.
"진짜야?"
"응. 이거 진짜야. 실화야."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눈물이 막 나고 감격스럽고 갑자기 막 행복해지고 그렇지는 않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행복한 순간만 미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는 걸, 이미 중학생 때 깨달았으니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았다.
내 자궁 속에 생명체가 들어있다는 것을 진짜로 확인해 보고 싶을 뿐이었다.
아침에 출근 후, 반차를 쓴다고 말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그 길로 나름 크다는 산부인과로 찾아갔다.
아 나 살면서 산부인과를 단 한 번 와봤는데, 내가 산모가 돼서 병원을 찾아보다니.
약간 벅차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괜히 눈치를 보며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출산이라더니, 임산부 되게 되게 많네.
번호표의 순서가 되어 간호사가 호출을 했다. 몸무게와 키, 혈압을 재고 어떤 용무로 왔냐 물었다.
"임신을 한 거 같아서요. 테스트기는 해보고 왔어요. 두줄이더라고요...."
"네. 그럼 남자 선생님도 괜찮으세요?"
"네... 뭐..."
"그럼 꼼꼼히 잘 봐주시는 선생님으로 배정해드릴게요. 7번 진료 방 앞에 가서 기다리세요."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말해준 방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엄청 오래 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지루해지던 틈에 드디어 나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임신한 거 같아서요."
"네, 그럼 저쪽에 누워보세요."
쭈뼛쭈뼛 누으라는 침대 쪽으로 가서, 공손히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뭔가 경건한 의식을 하는 느낌이고 그래서 긴장을 하고 있는 틈에, 간호사가 차가운 젤을 내 아랫배에 발라주었다.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고, 뭔지도 잘 모르겠는 나의 자궁의 모습이 흑과 백으로 나누어져 보였다.
"아기집이 생겼네요. 5cm 정도고 다음 주 중에 오시면 심장소리도 들을 수수 있어요. 주수는 착상 일부터 기 때문에, 2주는 그냥 세고 들어가요. 지금 5주 정도 되셨네요."
"네..."
"엄마, 임신 초기에는 아랫배도 많이 당기고, 몸 온도도 올라가고 몸살감기 걸린 거 같은 거예요. 걱정하지 많고 많이 아프면 병원으로 오세요."
"네."
"오늘은 산모수첩 받아가시고, 임신증명서 뽑아드릴게요. 2 뒤에 봬요."
두근두근, 나에게서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니.
놀랄 틈도 없이 간호사가 따라와 푸른색의 산모수첩을 쥐어주었다.
"수납은 원무과 가서 하시고, 축하드려요. 엄마"
생전 처음 받아보는 산모수첩과 임신증명서를 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신 맞다고, 오빠 아빠 되는 거네!
응 고마워.
고맙다는 말에 약간 뭉클해지면서, 오후 네시의 해를 한번 바라봤다.
안녕, 아가야.
스물다섯 살에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