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이어폰, 에어팟과 무선 이어폰 셋,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이 두 개 이상.
수첩과 볼펜, 스마트 와치, 안경 세 개.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 두 개, 컴퓨터는 세 대.
키보드도 무선으로 두 개.
책, 영화, 음악은 호기심에 찜만 해 둔 채.
커피 메이커와 드립 기구, 캡슐 머신까지.
이렇게 쌓여간다.
필요는 없지만, 이유는 늘 있다.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도구는 우리의 손을 확장한다.
인류가 손을 뻗어 만든 첫 도구 이후, 도구들은 점점 더 세련되고 다채로워졌다.
손 하나로 모자라 두 개가 되고, 마음 하나로는 모자라 여러 가지 이유가 생긴다.
에어팟 하나로는 충분하지만, 두 개로 얻는 자유가 더 크다.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선, 외출할 때는 에어팟.
왜냐고? 그저 그게 나를 더 자유롭게 하니까.
스마트 패드는 침대에서 영화 볼 때,
데스크톱은 글을 쓸 때,
카페에서는 스마트 패드와 무선 키보드가 제격이다.
그럼 왜 두 개씩이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한 가지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필요’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왜 그 물건이 내 삶 속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가.
무엇을 편리하게 하고, 무엇을 즐겁게 해 주는가.
내 손에 들어온 도구들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고,
그것을 다루는 내 손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유는 그저 편리함이 아니다.
그것이 내 삶을 더 부드럽게 하고,
더 나아가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요는 없지만, 내게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어떤 이들에게는 사치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사치는 물건을 늘어놓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나의 편리와 즐거움, 나만의 리듬을 지켜주는 것.
그 물건들이 내 삶 속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을 때,
그것이 나만의 ‘사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