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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94p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급여 현실화 등 인간 노동자가 처우 개선을 요구할수록 자동화의 속도는 빨라집니다. 그리고 그 자동화는 결국 각자 혼자서 엄청난 일을 하는 사람, 다시 말해 ‘AI 디렉터’로서 인간의 진화를 추동합니다. AI와 합을 맞춘 완전체 개인과 조직은 이후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에세이의 관점>

자동화 속도 증가: 귀찮게 하는 존재보다 일 하러 와서 일하는 존재로의 선호 변화

인간-AI Duo로 향후 조직과 구성원 간엔 어떤 계약이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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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하는 사람, 일하는 도구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예전엔 이력서만 봤다.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디서 일했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그 사람이 어떤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 그것이 중요한 지표다.

워드, 엑셀을 지나 GPT, 미드저니, 오토메이션 툴, API까지.

사람은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제 사람과의 계약은, 그가 데리고 온 기술적 조력자들과의 계약이다.


2. 계약의 단위,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한 명의 작가가 GPT와 함께 글을 쓰고, 미드저니로 삽화를 만들고,

ChatGPT로 마케팅 전략까지 짠다.


그 작가를 고용한다는 건,

단순히 한 사람의 노동을 빌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그 사람과 그가 함께 일하는 AI까지 ‘합(合)’으로 계약하게 된다

계약은 개인이 아니라 ‘작업 체계(work system)’와 맺어진다.


우리는 점점 개인이 아니라 체계를 고용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3. 도구에서 동료로, AI의 진화


하지만 이 AI들이 도구로만 머무르진 않을 것이다.

자율적 판단, 결과 분석, 자기 피드백, 반복 학습을 거치며

AI는 독립된 판단 주체로 성장한다.


그때부터 기업은 묻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은 우리 AI와 잘 맞을까?”

“우리는 이 AI와 직접 계약할 수 있을까?”


초기에는 사람의 ‘툴’이었던 AI는

이후에는 기업이 직접 고용할 수 있는 ‘존재’로 바뀌어 간다.


4. 결국 남는 인간의 자리


AI가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줄어들수록,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은 명확해진다.

• 육체적 활동: 손으로 만져야 할, 사람의 오감이 필요한 작업(AI의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의 역할 범위 외의 분야). 예를 들면, 정규화되고 반복적인 일, 수학적 계산에 따른 일보다, 비정형 데이터와 같이 규칙성보다 의외성이 큰 현장의 업무

• 사회적 조율: 감정과 뉘앙스를 이해하고 중재하는 역할

• 기획과 방향: 무(無)에서 시작해 ‘질문’을 던지고 흐름을 설계하는 영역. AI의 역할과 작업 범위의 기획과 정의는 사람이 하게 될 것이다. 또한 AI 작업의 모니터링을 포함한 통제 업무 역시 인간의 역할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도구를 조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독립적 존재가 된 AI와의 ‘관계’를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5. 계약은 이제 질문이다


누구와 계약하는가?

그가 혼자인가? 아니면 무언가와 함께 일하는가?

그가 도구를 쓰는가? 아니면 도구를 설계하고, 넘기고, 협업하는가?


미래의 계약은 이런 질문을 담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그는 어떤 AI와 일하는가?”

“그리고 나는 그와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는가?”


AI가 완성형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오히려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강점을 되살리게 된다.

우리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질문하고, 상상하고, 회의하고, 함께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전히 계약의 대상이 된다.


시대 계약의 대상 AI의 위상 인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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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람 + 툴 역량 도구 조작자

이행기 사람 × AI 협업 협력자 연출자

미래 AI 자체 혹은 사람-AI 합 독립 주체 설계자, 조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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