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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은 새로운 육지가 될 수 있을까

심해 주택 100억 채 시대에 관하여

by 가브리엘의오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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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잔 밑의 바다


우리는 종종 우주를 향해 꿈을 꾼다. 인류의 다음 삶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화성 이주나 달 기지 건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지구 위에, 아직 우리가 실질적으로 점유하지 못한 넓은 땅이 있다는 사실은 종종 잊힌다. 바로 해양, 특히 얕은 심해 대지다.


지구 표면의 약 70.8%, 약 3억 6천만 km²는 바다다. 그중 일부는 인류가 물류나 자원 개발을 통해 이미 활용하고 있지만, 주거와 산업의 기반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2. 해저는 실제로 얼마나 넓은가?


우선, 주거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얕은 해저, 특히 수심 20~40m의 범위에 주목해 보자. 이 구간은 대부분의 해양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고, 인간도 기술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장 얕은 심해로 분류된다.


전 세계의 대륙붕(0200m)은 전체 해양 면적의 약 7.6%인 약 2,740만 km² 다. 이 중 수심 2040m에 해당하는 면적은 대략 **10~20%**로 추정된다.


� 수심 20~40m 해저 면적

≈ 2,740만 km² × (10~20%)

≈ 274만 ~ 548만 km²


이는 **한반도(약 22만 km²)**의 약 1225배, **프랑스(55만 km²)**의 510배에 이르는 규모다.


3. 그 넓이에 집을 짓는다면?


이제 상상해 보자. 위의 해저 면적 위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40평(약 132.2㎡) 규모의 주택을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 건설 가능한 주택 수

= (274~548) × 1,000,000 km² ÷ 132.2㎡

≈ 2.07 ~ 4.15 × 10 ¹⁰ 채

= 약 207억 ~ 415억 채


물론 실제로는 전 구역을 100% 건설에 사용할 수 없기에, 보수적으로 20~30%만 활용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 현실적 건설 가능 주택 수

≈ 41억 ~ 125억 채


4. 그 주택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이다.

그리고 현재 지구 육지 위에는 약 20~25억 채의 주택이 있다.

(1가구당 평균 인원 약 4명 기준)


� 해저에 100억 채를 건설한다면?

→ 현재 육지의 모든 주택 수의 4배 이상

→ 지구 인구 전체에게 1인 1채 제공 후에도 여유


5. 기업, 공장, 사무실까지 이전한다면?


혹시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 수치가 주택에만 해당한다면, 공공기관이나 기업, 사무공간은 별도일 텐데?”


하지만 전 세계 주택 면적은 약 1,750억 ㎡,

기업·공장·상업시설 등 비주거 공간을 더하면 약 2,750억 ㎡에 이른다.

반면 해저 100억 채는 약:


�️ 132.2㎡ × 100억 채 = 13,220억 ㎡


즉, 인류가 지금 사용하는 모든 공간(주거 + 비주거)을 5배 이상 수용 가능한 것이다.


6. 그렇다면 왜 아직 해저로 가지 않는가?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기술, 비용, 법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심리적 저항감 때문이다.

해저는 아직 낯설고, 물아래라는 압박감은 폐쇄 공포를 유발하기 쉽다.

하지만 그 벽도 ‘단계적 적응’을 통해 충분히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수면 위 부유 도시 또는 얕은 수심 기지가 실험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해양도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덴마크, 몰디브, 일본은 이미 해상 도시 설계에 착수했다.


7.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해양을 개발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다.

우리는 ‘육지를 확장하듯이’ 해저를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생태계와 공존하는 개발, 즉 공존형 도시화 모델이 되어야 한다.


과거 일본은 산을 깎아 도로를 내는 대신 터널을 뚫었다.

자연을 우회하고, 그 존재를 존중하면서 개발을 선택했던 것이다.

해양 개발 역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8. 나의 생각, 그리고 우리의 선택


나는 우주 개발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주보다 먼저 손 닿을 수 있는 곳, 우리가 발을 디디고 숨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먼저 살피는 것이 순리 아닐까?


해저 개발은 단지 땅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의 관계를 다시 쓰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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