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몰래 즐기고 있는 것, 다 알아!

모두 코스프레어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코스프레. 흔히 만화나 게임 캐릭터를 따라 하는, 일부 열광적인 팬들의 독특한 취미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스프레는 그 이상의 깊이와 매력을 가진 문화다.

사실 우리 모두 조금씩은 이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코스프레(Cosplay)는 Costume(의상)과 Play(놀이)의 합성어로, 만화·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속 캐릭터의 복장, 헤어스타일, 제스처 등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활동이다.

원래는 영국에서 죽은 영웅을 추모하며 그들의 모습을 재현했던 의식에서 출발해,

미국을 거쳐 일본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크게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1995년부터 활성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코스프레를 할까?

그 심리를 들여다보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면이 많다.


첫째, 코스프레는 정체성 탐험의 공간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또 다른 자아를 자유롭게 시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실험실이다.


둘째, 소속감이다.

코스프레는 특정 캐릭터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 혼자만 이런 걸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큰 커뮤니티의 역할을 한다.


셋째, 창의적 몰입이다.

재봉, 3D 프린팅, 메이크업과 퍼포먼스까지, 하나의 코스프레를 준비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에 몰입하게 된다.


넷째, 감정 조절이다.

스트레스나 불안이 쌓였을 때, 캐릭터의 의상이 마치 가상의 갑옷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마지막으로 서사적 공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그 캐릭터처럼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받기도 한다.


코스프레는 실제로 다양한 장점들을 가진다.

자신감 상승,

바느질·모델링·메이크업과 같은 기술 습득,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

정신 건강 증진 효과, 그리고

수익화 기회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존재한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완벽을 추구하며 오는 스트레스와

신체 이미지에 대한 압박,

성희롱이나 무단 촬영 같은 문제, 그리고

커뮤니티 내의 배척이나 검증으로 인한 압박감 등이 대표적이다.


성희롱이나 무단 촬영의 문제는, 도박 등과 같은 사회적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의 욕구를 건전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병폐일 수도 있겠다.

좋게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부적절한 현상에는 스스로 혹은 타인에 의한 심리적 압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코스프레가 내적 욕구를 건전하게 표출하는 좋은 사례가 되진 않을까?


코스프레는 특정인들의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몰래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이 입은 옷이나 연예인의 액세서리를 따라 사 입고,

그 스타일을 자신의 일상에 녹여내는 것 역시 코스프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최근 SNS에서 ‘추구미’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대량 생산과 획일적 패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당당히 드러내자는 움직임이다.

코스프레 역시 결국 자신이 좋아하고 동경하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구에서 출발한다.

그것을 이질적이고 별난 문화로 밀어내기보다는,

개성과 창의성의 한 표현 방식으로 존중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제 조금 더 당당한 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숨어서 몰래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몰래 즐기고 있는 것, 다 알아.

더 이상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만의 코스프레를 즐겨보자.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