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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여행

by 가브리엘의오보에

일본의 Youtuber가 제작한 일본 국내 여행 영상을 즐겨본다.

일본 도쿄 여행과, 여행에서 취재한 내용으로 여행기를 써볼까 생각하던 중, YouTube의 일본 여행 영상은 어떤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 일본 여행의 시작


언젠가 이야기한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하고 한 3개월 재일동포 동네 할머니에게(아! 우리나라에 귀국해서 살고 계시던) 일본어를 배웠다.

고래와 엔피츠데스. 이렇게 굉장히 예전 일본 교과서를 챕터별로 10번 읽고 외우는 방식이다.

지금 생각하면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몇 십 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있는 문장이 있으니 말이다.

선생님 앞에서 외운 문장들을 외우고, 발음 교정을 받았다.


문뜩 든 생각이었다.

‘이런 내가 일본 도쿄에 가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가장 싼 비행기표도 구하지 않고, 멋진 숙소도 찾아보지 않고 도쿄로 향했다.

추석을 끼고 연차를 내서.

9일을 견뎠다.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사진이 있는 메뉴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래”라고 하며)했다. 아마도 “이 메뉴도 하시겠습니까, 저 메뉴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알아듣지 못해 머뭇거리다 뒤를 보니, 줄이 엄청 늘어서 있었다. 시부야 한가운데에 있는 맥도널드였으니. 그래서 “하이! 하이!”라고 했다. 당시 돈으로 4만 원어치를 샀던 것 같다. 큰 비닐봉지가 가득했으니 말이다. 호텔로 돌아와 두고두고 먹었다.


이를 시작으로, 출장, 가족 여행을 합해 9회 정도 동경, 오사카를 방문했던 것 같다.

도쿄에 대해서 남다른 감정이 생겼다.

간혹 그리울 정도로.


편의점 도시락이 굉장히 맛있었다.

시부야 에비스 맥주 시음장만큼 맛있는 맥주를 못 찾았다.

점심 패키지로 하코네 온천을 다녀온 기억은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도큐핸즈, 로프트는 일본 상인들이 고객의 불편함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알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재고 문제는 고민하지 않았을까? 고객의 불편을 해소한다고 하지만, 그 대상 잠재고객층의 규모는 대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일본의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도 느꼈다. 각 브랜드에서 전시 판매하는 상품의 폭과 깊이는 국내의 그것보다 넓고 깊었다.


여행기를 쓰고 싶다


‘오래간만에 도쿄에 가볼까?’라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먹고 구경하는 여행은 싫었다.

뭔가 다른, 나만의 고유한 여행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밥은 먹을 테니 맛집을 찾아 두어야 할 것이다.

어떤 주제든, 방문을 하고 구경을 할 것이다.

사진을 찍고, 이젠 영상도 촬영할 것이다.

내가 고민하는 점은 ‘무엇을’이다.


AI와도 이야기해 보았고, 고민도 해 보았다.

뾰족하거나 딱 부러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는, 경험을 빌면, 시제품 제작 같은 것을 해 보면 된다. 이 경우, 거주지 근처부터 국내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AI와의 대화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불시착'이었다. 불시착이 무엇인가? 원하지 않은 착륙이다. 도쿄 신주쿠를 기점으로 해서 전철 이동 시간으로 반경 1시간 범위 내에서 아무 전철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불시착한 경우, 구조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다면 나는 신주쿠 거점을 향해 지도 없이 걷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로컬들의 생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불시착은 계획을 버리는 연습이고, 낯선 땅에서 살아내는 실험이다.


시험 삼아 성수동을 걸어 보았다. 성수역 근처를 거점으로 서울숲을 목표로 걸었다. 오래간만에 가는 길이라 갈 때는 카페 거리 등 번화가를 통과했지만, 돌아올 때는 번화가를 피해서 걸어 보았다. 외장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카페, 샵 등을 보았다. 어느 정도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일본 동경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도 했다.

시부야 크로스 횡단보도에 간다. 출근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표정, 분위기를 영상으로 담아 볼까 생각했다. 예전 오사카에 갔을 때처럼, 아무 골목이나 들어갔는데, 멋진 카페를 발견했던 기억을 재현할 수도 있겠다.


이런 막연한 생각, 막연한 시도 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하나 둘 정리해 봤다.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눈을 감고 걸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YouTube를 뒤졌다. 일본 국내 여행을 한 일본인들의 영상에서 내 여행기의 콘셉트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왜 일본 국내 여행을 취재한 일본 Youtuber인가?


아마도, 타인의 여행을 소비하며 내가 놓치고 있는 ‘여행의 정의’를 엿보려는 건지도 모른다.


일본을 여행한 국내 Youtuber의 영상도 있을 텐데.


어쩌면 '도쿄 여행 가이드'의 범위에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나와 유사한 사고방식을 가졌을지도 모를 국내 Youtuber는 이후에 참고하자는 생각이다. 모두 근거 없는 막연한 생각들이다.


성과는 있었다.

https://youtu.be/4gcPpraTwRo?si=EXBSQppIxJsZAz_o


여기서 과제 하나를 떠올렸다.

목표로 카페, 관광지, 식당을 정하지 않는다.

카페와 식당은 먹고 마셔야 하므로 가는 길에 고른다는 전제를 정했다.

관광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볼 것이다.


나의 여행 테마에 어울리는 곳을 '관광지'로 정할 것이다..

예를 들면, 테마가 '불시착'이라면, 이런 행동들이 먼저일 것이다. 마실 것과 먹을 것을 구하고, 거처를 마련하는 것. 그럼, 어딘지 모를 역에 내려서 신주쿠 거저로 가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구글 맵을 켜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이정표일 것이다. 무인도는 방향을 모를 때 나무테를 살펴보거나 태양의 뜨고 짊으로 동서남북을 파악할 것이다. 이를 통해 내가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가늠할 것이다.


히가시키타자와 지역은 신주쿠 역에서 도보로 1시간 거리다. 이 역에서 내려 신주쿠 역을 찾아 걷는다. 걷는 동안 로컬의 생활을 살펴볼 것이다. 출근 시간에 시작할 수도 있고 퇴근시간 일 수도 있으며, 점심시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이라면 로컬 생활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다. 그럼 관광지는 어디일까?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는 곳, 퇴근 후 향하는 곳 등이 될 것이다. 가이드나 블로그, SNS에서 소개하는 맛집 등이 아니다.


나만의 여행을 설계하자


일본 국내 영상에서 무엇을 느꼈나? 무엇을 생각했나?


'멋진 뷰다!'라든가, '아늑하고 포근한 카페다!'라든가였다. 사실 뷰(view)를 보려고 비용을 들여 여기까지 온 것인가 생각해 보면 아닐 것 같다. 뷰가 여행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모르겠다. 만일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날씨가 좋은 날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는 궁금하다.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굽어 보면, 멋진 풍경이라 느낄 수도 있다. 부정하지 않지만, 내 여행의 목표이거나 경유지는 아닐 것 같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위기의 카페, 맛있는 음식의 레스토랑이 목적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내용은 만족스러운가? 만일 내가 제작했다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연출했겠나?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액션 캠을 가슴에 달고 목적지를 향하며 촬영을 한다.

성수동의 경우, 아직 공장지들이 남아 있고, 카페나 옷가게 등의 점유가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와 지금이 공존하는 거리다. 결국 성수동이 '~길'이 될지, 트렌드가 지나면 인파가 줄어들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의 내 가치는 과거와 지금이 공존하는 거리를 걸으며, 그 모습을 담는 것에 있었다.


아래 사례로 든 링크의 방문지라면 난 무엇에 관심을 기울였을까? 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을 방문해, 가이드 목차를 재현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 발전 속도에 그만 놓쳐버린 사유 등을 찾지 않을까? 그중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고 기록해 두려고 하지 않을까?


성수동을 걸으며 느낀 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문화적 틀은 이미 2~3천 년 전에 갖추어졌다. 지금은 다만 그 위에 편리함이 더해졌을 뿐이다.

진나라 여불위의 여씨춘추는 지금의 AI다. 수레는 트럭이다. 수저와 젓가락은 그대로 쓰고 있고, 음식은 그릇에 담아 식탁에서 먹는다. 아궁이에서 끓이던 더운물은 보일러가 만든다. 카테고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동일한 카테고리에서 지금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공유하려 할 것이다.


'발전'이라는 키워드에서, 도시 계획을 떠올릴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 지방의 여러 곳은 녹지로 돌리는 방향을 생각할 것이다. 도시 속에 녹지를 구현해 두었지만, 함께 사는 동물들은 쓰레기통을 뒤진다. 공생의 관점에서 생각의 방향을 잡지 않을까? 공장이 문들 닫으면 카페를 여는 것이 아니라, 공장 주위의 인프라를 재활용할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새로운 것을 제작해 사업하는 스타트업에게 최적의 지역이 될 수 있으니.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순서 없이 늘어놓았다. 여기서 일단락을 지어보자. YouTube 여행은 여행인가? 그렇다면 여행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내릴 생각은 없다. 여행이란 여행자의 마음속에서 정해지는 것이니. 나의 마음속에서 정해질 여행은 아마도 '사유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다만 그 사유의 방식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정해질 것이다.


지금을 보고, 지금을 출발점으로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범위로 전개하는 사유. 이를 공유함으로써, 독자들이 '생각 한 번'할 기회를 만든다면, 그들이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그 생각에 사용한다면, 나의 목적은 이룬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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