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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ug 09. 2020

조명 Lights

여름이다. 제대로 온 장마다. 어둑어둑하다.


올해 장마는 유난하다. 작년까지 장마는 온 줄 모르고 지나갔다. 올해는 40mm ~ 80mm까지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겸하여 번개와 천둥도 밤을 밝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우르르 내리다가, 얄밉게 얼굴을 바꿔 햇살까지 내리는 거다. 사방을 물 천지로 만들어 놓고 말이다. '몇 년간 불성실하게 장마의 역할을 했으니, 밀린 빚 상환 하듯 모두 줄게'라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도 초저녁이 아닌가 싶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고, 사방은 어둡다. 이런 날이 며칠 째다. 날씨 앱을 봐도 언제 그칠 지 모른다. 뉴스에서 연일 수해가 보도된다. 북한이 댐을 무단 방류해 임진강이 철철 넘치고 있단다. 화훼 농장의 2/3를 잃고 망연한 얼굴의 농장 아저씨 얼굴도 TV에 나왔다. 사방은 빛이 부족하고 어둡다. 전염병으로 드리워진 암운이 폭우를 내린다. 억울하게 두들겨 맞는 것 같다. 억울하다. 우울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환기를 하면 습도계 수치가 내리는 비가 사이는 만큼 빠르게 올라간다. 어둑어둑 하고 끈끈하다. 억울하고, 우울 하더니, 약간 눈물이 맺히려 한다. 전염병, 폭우로 우울증을 얻긴 싫다. 이 둘이 아니더라도 나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은 사방에 널렸다. 너희까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좋다. 이럴 때는 성실하지 말길 바란다. 성실이 독이 된다. 그러니 어디 멀리 우주라도 휴가 다녀오는 것은 어떤가?


전기세를 각오하고 1시간 정도 제습을 한다. 선풍기로 실내 공기를 움직인다.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니 선풍기 날개는 천정을 향한다. 얼마나 끌어 올려 줄지 모르지만 너는 열심히 일해라. 성실이 복이 된다. 이럴 때 1시간 후가 두렵다. 1시간 정도 제습 하면 한 10분 뽀송하다. 그리고는 습기가 어디에선가 들어와 습도계 수치를 원상복귀 시킨다. 더욱이 식사 준비 시간이거나 세탁하는 시간, 세탁 후 빨래 너는 시간엔 아예 각오를 한다.


몸이 끈끈해지니 샤워도 필수다. 창 밖에도 샤워가 멈추질 않는데, 끈끈한 몸을 돌보기 위해 안에서도 샤워를 내린다. 8월 들어 3개월째, 냉수 샤워를 하고 있다. 발끝부터 손끝부터 심장 가까이 간다. 이건 냉수 샤워 초기이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냉수 샤워 아래로 걸어 들어간다. 몸에 열이 많아 냉수 샤워를 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뽀송한 수건으로 닦으면 기분도 좋아진다. 그러나, 제습이나 냉수 샤워나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은 다가오는 문제를 해결하며 발전해 왔다. 그 방향이 지구 온난화로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발전이든 과거보다 편해진 발전이든. 나도 인간이다. 3단 논법의 마지막 문장은 그러므로 나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


우선 어둠을 물리쳐 볼까? 조명이 달라지면 우울, 슬픔은 좀 나아지려나?


가장 밝은 조명은 거실 LED 등이다. 사각형의 스노우 플라스틱으로 감싸여 있다. 덮개를 열면 하얀 플라스틱판에 작은 LED 등이 점점이 박혀 있다. 알전구 형태의 LED보다 밝은 것 같다. 지난 번 조명이 켜지지 않아 어찌해 보려고 덮개를 열었지만 바로 닫았다. 예전 형광등은 스타트 전구를 갈거나 형광등 자체를 갈면 되지만 이 조명은 나사를 풀고 뭘 끼우고 해야 한다. 엔지니어 분께 연락을 드려 교체했다. 뒤에서 지켜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엔...


거실 조명을 켰다. 실내가 빛으로 가득 찬다. 빛이 어둠을 밀어낸다는 표현은 비단, 마법이 스토리의 핵심인 판타지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어두운 곳이 하나도 없다. 여기에 주방 조명까지 켰다. 워워!! 세상에 그늘진 곳은 없고 빛의 광명만이 있을 뿐이다. 끈적이던 피부 감각도, 갇혀 있던 시각도 확 열린다. 눈은 마음의 창인가? 눈이 열리니 마음도 열린다. 빛이 실내의 어둠을 물리쳤다면, 빛은 마음의 우울도 씻어 내린다. 제습에 전기세 걱정을 하던 나는 양 팔을 활짝 벌렸다. 그렇다고 민망하게 쇼생크 탈출의 그런 자세는 아니니 과하게 Imagination/Illustration 하지 않길 바란다.


뭔가 될 것 같다. 원래 결혼도 잘 되려면 물 흘러가듯 세상의 장애물이 사라진 것 같다.


습도도 물리쳐보자. 에어콘의 제습 기능을 가동한다. 풍향 판이 상하로 움직이게 설정한다. 아까처럼 선풍기의 지원을 받지만 강도를 높인다. 미풍에서 한 단계 높인다.


조리를 할 때는 반드시 후드를 틀고 현관과 창문을 모두 열어 공기가 흐르도록 한다. 그럼 갇혀 있는 공기보다 났다.


세탁물은 코인 세탁소로 가서 건조까지 마무리하되, 1주일에 한 번 간다. 속옷과 티셔츠는 1주일 치를 마련해 둔다.


메뉴는 갈치조림이나 물회, 탕수육, 풍성한 야채샐러드(드레싱은 올리브 오일, 레몬 즙, 파마산 치즈 가루, 참깨 간 것 정도?)로 하자. 파인애플 볶음밥이나 매운 떡볶이도 좋겠다. 비빔국수도 괜찮고 시원한 물냉면이나 김치말이국수도 기분을 상쾌하게 할 것 같다.


그리고 음악을 틀자.


Black Pink, Forever young, Dance Practice https://youtu.be/89kTb73csYg


Taeyeon, Concert in Seoul (Kihno), 저녁의 이유 https://youtu.be/IonCCgA_BZE


[K팝스타4] 랭킹오디션, 정승환 '사랑에 빠지고 싶다' https://youtu.be/CH6IfwnO8a8


스캣으로 박자 갖고 노는 크러쉬(Crush)의 ′Just the Two of us′ https://youtu.be/OJFUFVy6OM0


소향 ′Misty′ https://youtu.be/CU8AKUBM9BQ


소향x정승환 ′You Are The Reason′ https://youtu.be/sNiV_r5fdm0


Luther Vandross - Endless Love ft. Mariah Carey https://youtu.be/Nu9RVPTpDyA


Mariah Carey - O Holy Night https://youtu.be/BEJmP8T07JU


Speechless(알라딘 OST)-Naomi Scott https://youtu.be/FnZeA9j-VvI


#조명 #온도 #습도 #간접조명 #공간조명 #장마 #직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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