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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소리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소리

by 가브리엘의오보에

담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조용한 밤, 홀로 나선 길에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몰래 피우려 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첫 모금을 빠는 소리. 담배가 자신을 태우는 소리이기도 하고 우리가 첫 걱정을 세상에 쏟아 내는 소리기도 하다.

담배는 이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팜프 파탈처럼 언제나 생각난다. 마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겠지. 아니, 이루면 안 되는 사랑인데 무작정 사랑하게 되어 그 결말마저 이해하겠다고 불타오르는 그런 사랑.


한 갑이 비워지고 다시 새로운 담배를 산다. 처음에 포장을 뜯기 전에 고민을 한다. 담배를 거꾸로 들고 몇 번 쳐서 단단하게 할까, 아니면 그냥 한 대 피울까? 담배를 다져 놓으면 더 오래 피우게 되는 것도 아니고, 담배 갑 안에 담배 가루가 흩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밀어 넣어지는 것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면 더 좋은 것인 양 이렇게 고민 아닌 생각에 머리를 굴려 본다.


“치직, 치직”


담배가 처음 타들어갈 때 나는, 적막 속의 소리는 처음에만 난다. 그 다음엔 아무 소리도 없다. 왜 일까? 지금 타 들어가는 담배 가루는 처음 불이 붙었을 때 탄 담배가루와 다를 것이 없고, 아직 타지 않은 곳이 타들어가는 것인데.


담배 소리를 들은 날은 뭔가 명확해 진다. 언제나 머리가 복잡할 때 피우는 담배는 니코틴을 피 속에 밀어 넣고 나를 몽롱하게 한다. 다시 도전하게 할 열정도 없고 그냥 시커먼 니코틴을 피 속에 넣을 뿐이다. 하지만 도움은 안 되지만 내 입의 혀처럼 나를 맞춰주는, 그런 존재가 담배다.


담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그 시간은 담배와 함께 하더라도 가장 외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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