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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한 Dec 16. 2019

병가, 성탄절을 준비함

호주 멜번에 사는 한 버스기사의 삶 이야기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작정하고 잘 모양이었다. 오후 1시에 시작하는 스케줄이기도 하고, 지난주부터 몸이 아플락 말락 하는 상황이라 마음먹고 늦잠을 자 보리라 하였다. 날이 밝았네 싶어 눈을 뜨고 전화기를 쳐다보니 아침 6시이다. 흠,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으니, 나름 늦잠을 자긴 한 건데......


몸이 상당히 안 좋다. 코는 따갑고, 눈두덩이는 뜨겁고, 고개의 각도에 따라 콧물이 흐른다. 안 그래도 무거운 몸덩이는 몇 배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가끔 재채기를 하면 가래가 시원하게 배출된다. 기대하던 늦잠을 제대로 못 즐겼고, 이른 월요일 아침이니 몸이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 생각했다. 아침마다 챙겨 읽는 성경을 읽고, 착한 놈으로 살게 해 달라 기도하고 나니 몸이 더 좋지 않다. 처음으로 병가를 내려 회사에 전화를 한다.


병가는 근무기간에 따라 조금씩 쌓여서, 정확한 기억은 없으나 나의 경우는 아프다는 이유로 사흘 정도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의사(일반의)를 만나 진단을 받고 "얘는 아파서 오늘 일 못 한다."는 증명서를 받아 제출하여야 한다. 병가를 신청하는 일부 기사들 중 거기에는 꾀병환자도 많은데, 대부분의 꾀병은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많다는 것이 호주통계청 자료라나 뭐라나. 그러기에 꾀병하는 인간을 싫어하는 나는 어지간하면 출근해보려 하였건만,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회사에 전화를 하니 스티브가 전화를 받는다. 오늘 근무 스케줄 번호를 불러주니, 혹 내일도 아플 것 같다면 오늘 중으로 전화 주면 좀 더 고맙겠다 한다. 내일도 아플 것이란 것을 내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싶지만, 바쁜 월요일 아침을 방해 않으려 얼른 끊어버린다.


의사를 만났다. 9시 50분에 예약을 하였는데 오래 기다리지 않고 10시에 만날 수가 있었다. 이런저런 증상을 듣고 처방전과 오늘내일은 아파서 근무를 못 한다는 증명서를 출력하고 친히 서명도 해 준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얼른 약국으로 차를 몬다. 내가 가는 약국은 동네의 쇼핑 빌리지에 있는데, 성탄 직전의 시즌에는 주차도 어렵고 사람도 너무 많아 발길을 서두른다. 하지만, 약국에 드러서니 대기자가 수두룩하다. 덕에 이렇게 몇 글자 적어볼 수 있긴 하지만.


다다음 주면 크리스마스 주간이다. 나 같은 버스기사에게는 대목을 노리는 주간이다. 성탄절에는 평소 급여의 3배, 그다음날 복싱데이 휴일에는 2.5배의 급여가 지급된다. 그 대목을 앞두고 몸 관리를 미리 해야 한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라도 열심히 일해보려 하였 것만, 어 좋지 않아 진다면 그 대목을 그냥 구경만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럴 순 없지.


몸이 아파 힘들면서도 다음 주를 벅찬 마음으로 실제로 준비하는 하루이다. 원래 성탄절을 기뻐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라는 말이 이 뜻과는 조금은 다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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