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모르겠고, 예쁘게 만들어줘

D+5

by 코드아키택트

과거의 건축가들이 존경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서 해외의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미켈란젤로는 돌을 잘 다루는 사람이었다. 그게 입소문이 나서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까지 짓게 되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현장아재들은 드셌던 모양이다. 현장에 온 미켈란젤로를 이렇게 생각했나 보다. “현장도 모르는 게 어디서 명령이야”. 그런 아재들 앞에서 미켈란젤로는 현란한 드로잉과 망치와 정을 들고 멋진 건축 부재 하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론 아재가 말을 잘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다음번에 정과 망치에 당하는 게 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가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가우디가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체인을 거꾸로 매달아 구조적 안정성을 도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축은 실제로 지어지는 것을 담보로 하고, 그런 지식에 인부들은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현대로 와보자. 시대가 복잡해진 탓일까 아니면 분업이 너무 잘된 탓인가. 이제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의도만 설명하는 것이 건축가의 일이 된 건 아닌가 싶다. 과거 파사드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지금 개발일을 할 때도 그렇다. 마치 모든 결과가 뿅망치처럼 휘두르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함이 차오른다.


알고리즘 수업을 들을 때 첫 문장은 이것이었다. “여러분이 알고리즘을 배우는 것은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함도 있지만 개발자와 소통하기 위함도 있다.”. 그렇다. 모든 개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얘기하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업계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 수준이 된다면 업계를 떠나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


“알겠고, 예쁘게 만들어줘”


회의를 하면 결국 모든 기술적인 부분은 서로가 에베베 하고 끝나버린다. 그리고 남는 것은 예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 깊이는 내가 들어온 7년간 손톱만치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해결의 기본은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 나는 예쁜 결과물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적으로 깊은 고민이 선행되어야지 않을까. 항상 그런 생각을 품으며 오늘도 개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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