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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친꿈 Nov 22. 2024

4. 못 가게 된 템플스테이

백수의 하루하루

(내용과 무관한 사진)

내가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 때문에 다음 주부터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실습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일정이 겹쳐져서 토익 학원이 끝나고 나서 갈 템플스테이에 못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내가 재수했었을 때 가고 싶었던 대학에 못 가고 논술 전형으로 합격한 대학에 들어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논술 시험을 봤던 건 혹시라도 수능 점수가 못 나올 때를 대비해서 아무 대학이라도 가고자 보험 든 기분으로 논술을 본 것이었다. 사실은 수능 성적에 자신이 있었다면 논술을 보지 않는 게 맞는데 당시의 나는 나의 수능 점수가 잘 나올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에 수능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대학에는 입학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중에 수능을 치르고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수 있을 만큼의 수능 성적이 나왔지만, 당시에 수시로 전형을 합격하면 무조건 그 대학에 갔어야 했기에 논술 전형에 합격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5수까지 할 정도로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었다면 애초에 논술 전형으로 입시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맞았지만 당시에 나는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았다. 결국 5수 하는 내내 원하는 대학에 못 갔고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질 수 없어'라는 생각이 5수를 하는 내내 들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길로 단호하게 나갔어야 했는데 당시에 불안한 마음에 내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했던 나 자신도 야속해졌다. 아무튼 템플스테이를 못 가게 되어서 다음 주 일정이 텅 비게 되었다. ‘이제 뭘 해야 되지?’라는 생각과 '또 언제 템플스테이에 가지?'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용과 무관한 사진)

난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템플 스테이에 가는 건 예전에 갔었고 추억이 깃든 장소라서 또 가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갔다 오면 마음에 편안해지지 않을까... 내 마음속 고통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템플스테이에 못 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내게 좌절감을 크게 준 것을 보면 갔다 오면 내가 달라져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가졌던 것 같고 지금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싫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자격증을 따고자 했던 이유는 엄마와 관련되어 있다. 내가 허리디스크로 반 년동안 침대에 누워있던 시절에 엄마가 병원에서 폐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듣고 병원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서 엄마는 내게 그 말을 전했다. 엄마는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 나에게 전하면서 그걸 못하게 되었다면서 서럽게 우셨다. 그래서 난 엄마에게 내가 엄마를 대신해서 그 꿈을 이룰 테니 서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자격증과 관련한 강의를 들으려고 하니 1년 넘는 기간 동안 여러 개의 강의를 들어야 된다는데 나의 고질적으로 아픈 허리가 걱정되었다. 안 그래도 허리가 아파서 의자에 앉지 못하던 터라 '서서 강의를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과 '이 과정을 제대로 완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중엔 직장을 병행하면서도 강의를 다 듣고 지금은 실습만 남겨둔 상태였다. 이제 실습을 막상 시작하려니 시기가 템플 스테이 일정과 겹쳤던 것이었다.


템플스테이를 못 가게 되면서 이번주는 제 마음이 굉장히 불안해졌다. 템플스테이를 간다는 명목 하에 취업 준비를 조금 미루려고 했었는데 이제 해야 되는 때가 온 것이었다. 그런데 취업하기로 준비하기가 너무 하기 싫었다. 이력서를 수정할 때 이전 직장에서 지냈던 경험들을 다 복기해 내야 되는데 너무 끔찍하고 심장이 막 두근대고 숨쉬기 힘들어지고 우울해지고 가슴이 너무 아파졌다. 직장에 대해 아무것도 떠올리기가 싫으니 당연히 이력서를 작성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었다. 또 다음 주부터 거의 한 달간 실습을 하면 면접도 어차피 못 볼 텐데 마음이 불안해져서 당장 다음 주부터 이력서를 넣을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혹시라도 시간이 나서 면접을 볼 수 있지 않을까?'이러면서 말이다. 불안해서 일을 벌이고 복잡하게 사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


취소되었지만 원래는 템플스테이를 가기로 하는 날인 목요일이 되었을 때 마음이 싱숭생숭하면서 많이 울적했다. 그래서 잠을 자도 자도 피곤하고 더 자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날이 피티 받기로 한 날이었는데 나가기 직전에 트레이너선생님이 해야 하는 일정이 갑자기 생겨서 안 되겠다고 말해서 일정이 취소되었다. 심지어 오늘은 날씨가 썩 괜찮아서 더 속상했다. 속상해서 그냥 제가 직장 다닐 때 퇴근하고 자주 가는 카페에 갔다. 거기가 경치도 좋고 커피도 맛있다.

(내용과 무관한 사진)

지난주 토요일에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서 나의 피티를 담당하시는 트레이너선생님께서 내가 피티를 한번 더 연장하도록 설득했다. 그런데 난 피티를 그만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 달이 바쁠 것 같았고 피티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지금까지 배운 걸로 앞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레이너선생님이 한 30분 동안 설득하시다가 내가 피티를 연장할 기미가 안보였는지 결국 그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크죠?'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가슴이 싸해지면서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바로 들었을 때는 막 기분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계속 그 뉘앙스가 생각나면서 무시당했다는 느낌으로 잔잔하게 더 기분 나빠졌다. 그 트레이너선생님과의 관계를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결국 서로 속이 상하게 됐구나...'라고 생각돼서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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