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걸었구나.

by 아나키스트

그게 아비로서 솔직한 심정이야.

아들아 미안해


아버지가 너희처럼 중학교 때

두발 자유화 해 달라고 폭력적(?) 대모를 한 적이 있어.

그때 확실하게 했으면 너희가 시청까지 걷는 일이 없었을 텐데....

지난주 금요일이 세월호 참사 100일이었어.

단원고 학생들이 시청까지 45킬로, 1박 2일을 걸어 시청까지 갔단다.

어른인 우리가 못하니 아이들이 나선거지


아버지에게도 문자가 왔지.

시청으로 아이들 맞이하러 가자고...

그런데 못 갔어.

아니 솔직히 못 간 것이 아니라 피한 거야.

울 것 같았어.

아버지 수도꼭지인 거 너도 알잖아.

아직도 그 녀석들을 볼 자신이 없었어.


아들

정의에 목마르길 바라.

그러나 앞장서지는 말라고 하고 싶어.

그게 아비로서 솔직한 심정이야.

혹시 앞장설지라도 그늘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지 말고 이왕 앞장서려면 지금 정치판에 있는 -소위말하는- 386세대나 486세대처럼 앞정서서 훗 날을 기약할 수 있는 일에만 앞정서라고 말하고 싶어.

정말 목숨 걸 일 있으면 아버지가 나설께.

정의를 위해 앞선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손해 보기도 하더구나.

그러기에

너희는 그냥 앞서는 척하고 위험한 일에서는 지혜롭게 빠졌으면 해.

그게 아비로서 솔직한 심정이야.


미안해

아버지도 솔직히 이렇게 말하면 멋진 걸 알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정의를 위해..."


그런데............ 그런데..... 일개 아비로 돌아오면..........

그러나 단 한 가지는 약속할게....

아버지가 대신할게

이제 혹시 또 머리 깎을 일 있으면 아버지가 분명하게 철저하게 할게


너희가 두 번다시 걷지 않게 할게.

미안하다 내 아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