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그리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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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스트

“진짜 세월 참 빨리 가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중년의 입버릇 중 하나입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평등한 시간이

왜 유독 중년에게만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아쉬움이나 두려움, 혹은 남은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느낌은 오히려 현재의 삶이 꽉 차 있고, 만족스러우며, 하는 일이 익숙하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익숙하거나 즐거울 때 흐르는 시간을 잊어버리고,

낯선 환경에서는 시간을 길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는 길은 멀게 느껴지지만, 돌아오는 길은 금방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학창 시절, 제게 학교 시간은 지루하고 길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했던 국어와 세계사 시간만큼은 예외였습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그 즐거운 시간은 늘 눈 깜짝할 새 흘러가 버렸습니다.


중년의 시간도 이와 같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은 이제 세상이 익숙하고 만만해졌다는 증거이며,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하기보다,

이 익숙함을 발판 삼아 다시 ‘낯섦’에 우리를 맡기며 시간을 뛰어넘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실은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흐르는 세월이 아쉽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아재임을 자각합니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가 툭툭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습니다.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은 지금 이 자리가 익숙하고 만만하다는 것.

이 익숙함을 발판으로 다가오는 낯섦을 당연하게 여겨보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