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인간 세상 문제에서 절반은 차지하리라고 보는 돈 문제.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어떤 분에게 내가 오만여원을 송금해드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거다. 그런데 그 내역을 잘 몰라서 기가 막혔다. 왜? 내가 언제 이 돈을 받았다는 거지?
그것도 문자로 한통 받았을 뿐이니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혼자 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확인하고 냉정한 답문을 보내고 다시 당사자와 통화를 해도 의문은 더 쌓여가기만 했다. 만원이든 오 만원이든 수긍이 안 되는 돈을 무작정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빚진 돈이라면 당연히 보내주는 게 맞지만.
더 자세히 설명하긴 곤란하나 아무튼 두리뭉술하게 표현하면 이와 같은 상황이다. 받아야 하는 자는 당연한 듯 내놓으라 하고 주어야 하는 자는 설명을 하라고 하는 줄다리기.
이분과는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자고 놀러 오라며 급작스럽게 떠나는 이에게 커피, 케익 쿠폰도 보내드렸다. 그런데 왜 이런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맞게 되는 건지? 뭐, 언젠가는 이 오해의 폭을 좁히고 화해 무드로 돌아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마음은 닫히고 있다. 돈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는 자는 믿을 수가 없다!
아무튼, 온종일 떠올릴 때마다 상하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까페를 발견했다. 휘황찬란한 로스터리 기계가 구비돼 있었다. 마음을 달래려고 들어가서 까페 라떼 한잔을 마셨다. 배가 살짝 고픈 듯 하면 까페 라떼, 평소에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다. 예쁜 동그란 잔에 담긴 포근한 하트 거품을 보니 마음이 차차 가라앉는다.
계산하고 나오는 카운터 옆에, 포장된 드립 백 봉투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드립 백 커피를 보니 문득 원두를 내릴 때의 그윽한 향에 취하고 싶다. 마음이 동하여 종류별로 챙기니 친절하신 주인장분이 로스팅 한지 며칠 지나서 20% 할인된다는 커피를 알려주셨다. 하하 ‘그렇다면야 할인을 받아야지.’ 괜히 너스레를 떨며 “커피향이 너무 좋다.” 등등 몇 마디 가벼운 수다를 떨고 드립 백 몇 봉지를 들고 나왔다. ‘맛있으면 다음에 더 많이 구매해야지.’ 이런 다짐과 함께.
집에 와서 드립백 봉투를 여는 순간, 이미 코 끝으로 퍼져나가는 향으로 만족이다. 커피 자체는 맛을 잘 모르겠다. 같은 종류의 커피도 몸의 컨디션에 따라서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날은 황홀했다가 다른 날은 그저 그렇기도 하고. 우리의 매일도 이와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