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지만 회복되는 중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by 사각사각

목요일 아침이었다. 감기에 심하게 걸린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제는 목이 칼칼한 증상만 있어서 언제나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가벼운 목감기려니 생각했으나 아침에 느껴지는 증상은 확실히 묵직했다. 머리가 아프고 눈도 뜨기 힘들고 이 상태로는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할 수 없겠다 싶었다.


아시다시피 난 천재지변이 나기 전에 여간해서는 수업을 취소하지 않는다. 프리랜서 교사 생활 몇 년 만에 터득한 삶의 지혜로 수업이 빠지는 건 내 사전에 없는 일이었다.


겨우 채비를 마치고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나 독감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약 먹고 쉬어야 한다면서 아무 검사도 해주지 않으셨다. 이 선생님은 파이팅이 넘치신다. 보통의 의사 선생님처럼 조용하거나 살짝 우울한 스타일이 아니라 활기차고 인사도 씩씩하게 하신다.


“약 사흘 치만 처방해 드릴게요.” 힘찬 목소리를 들으니 진짜 사흘 치면 감쪽같이 나을 것 같았다.


약을 먹고 반나절은 쓰러져 잠을 잤다. 잠깐 정신이 들면 일어나서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서 글을 조금씩 썼다. 이건 나중에 채택이 되어야 알려드리겠지만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긴가민가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 회사의 컨셉에 맞춰서 써 봤고 자연스러운 일상 사진도 골라봤다.


‘자본주의 세상에 사니 우리 고객님의 요구에 맞춰드려야지. 암.’


다음 날 일어나니 증상은 한층 더 심해졌다. 어깨 쪽 근육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심지어 뼈도 아픈 것 같았다. 이 바이러스는 꽤 강한 놈이었다. 강펀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몸이 휘청거렸고 상대도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역시나 잠으로 일관하며 잠깐 기운이 날 때는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 나들이를 가서 글을 썼다. 이틀이나 일을 놓고 쉬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건 상당히 기분 전환이 됐다.


토요일 아침에도 근육통에 시달리며 잠에서 깨고 나니 덜컥 무섬증이 일었다. 약은 오늘 아침 분까지 밖에 없는데 혹시 주말에 심하게 아프면 어떻게 하나? 진통제가 없으면 간밤의 통증을 견딜 수가 없을 텐데. 다시 비틀거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목 아프고 콧물이 엄청 많이 나고 근육통이 너무 심해요. 뼈도 아픈 것 같습니다. 약 없이는 못 견디겠어요.”


(의사 선생님아, 뼈마디가 쑤신다 아아)


이렇게 최대한 불쌍하게 증상을 호소하여 약 5일분을 받아왔다. 계속 약을 먹으니 입안이 쓰다. 식욕 부진을 겪다니 내 인생 최대 위기다. 평소 '식욕이 없다'는 표현을 경험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실제로 입안이 쓰고 미각에 짠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이상이 오니 밥맛이 없어졌다. 이참에 다이어트라도 되어야 할 텐데.

삼일 밤을 지나서는 어찌 되었을까? 오늘 아침은 근육통이 삭 사라졌다. 단잠을 깨우던 불쾌한 통증이 사라지고 나니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역시 의사 선생님이 삼 일 분만 약을 처방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그저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약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긴 하다. 아마도 자연치유가 되도록 약을 끊어야 할 때인것 같지만.

이제는 인후염이 심해졌는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내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될까? ㅇㅇ장이랑 통화할 것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하루만 더 푹 잠겼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통증도 멈추는 날이 있고 지난 일은 덮어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꽃이 진 나무는 나날이 푸르른 잎을 더해가고 있었다.

마라탕을 먹으며 회복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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