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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26. 2023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

드라마 '종이달'을 본 감상문

감기에 시달리는 동안 ‘종이달’이라는 드라마도 끝까지 봤다. 다 보긴 했지만, 두통에 눈도 아프고 해서 중간에 눈을 감고 대사만 듣기도 했고 보다가 잠이 들기도 해서 모두 기억이 나는 건 아니다. 몇몇 장면은 다시 찬찬히 봤다. 처음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점차 긴장감과 박진감이 더해지면서 결말까지 보기는 했다.     

 

횡령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지만 ‘이화’라는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도 함께 어우러진다. 불륜이기는 하지만 이 여인의 남편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그럴만하다고 인정하게도 되고 심지어 응원의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억만금을 주어도 철저하게 부인을 무시하고 본인의 승진 외에는 관심이 없는 이런 인물과는 함께 못 살 듯싶다.      


하지만 이화의 사랑의 대상과 방식이 참 안타깝다. 반듯하고 우아함이 넘치는 여인이 ‘민재’라는 이십 대 청년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고객의 예치금을 횡령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백화점에서 직원의 ‘친절한 태도’를 돈으로 사기 위해서 시작되기는 하지만 결국에 큰돈을 빼돌리는 데는 이 청년이 주된 역할을 한다. 굳이 친절한 태도를 돈 주고 사서 뭐하나?사실 이 청년이 강요한 것도 아니고 단지 사랑의 마음에 이끌려 여주인공은 범죄인이 되어간다.    

  

당연한 소리지만 누군가의 꿈을 타인의 재산을 이용해서 이뤄주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명분은 할아버지의 재산을 옮겨서 손자에게 쓰는 것이라지만 자기 정당화일 뿐이고 그 할아버지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 일이지 않은가?      


게다가 결국에는 청년도 배신하고 ‘사고’라 주장하던 불같은 사랑도 끝이 나고 만다. 이렇게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영화를 보면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어서 불륜은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밀애’라는 영화를 보면 사랑을 쟁취한 것 같은 찰나에 남자주인공이 마지막에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여주인공만 쓸쓸히 남는데 이 허망한 장면도 스쳐 갔다.     


어떻게 보면 ‘이화’라는 인물은 마음이 선하고 주변 사람을 돕고자 순수하게 행동하는데 철저히 혼자가 되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횡령이라는 게 순수함에서 우러나온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무리 ‘사고’ 같은 사랑에 빠져도 나의 가치는 지켜져야만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사랑이 사고라 주장하지만,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 참 짧기도 하다. 전치 육 개월 정도였던 건가. 이들의 나이 차가 너무 심하게 나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내심 부럽긴 하지만 날고 기어도 십 년 이상은 좀 무리다.      


그래도 끝까지 이화를 응원하고 싶었고 혹시나 마지막에라도 ‘민재’라는 인물이 반성하고 자신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그녀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는 못했다.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이화의 눈빛은 무엇을 의미할까? 낯선 외국에서라도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사랑을 믿고 싶은 이상주의자인가 보다.

눈빛 연기 엄청나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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