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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28. 2023

네 마리의 고양이가 사는 카페

비가 오는 날의 풍경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찌뿌드드한 몸에 활기를 더하기 위해서는 비 오는 공원을 우산을 받치고라도 걸어야 한다. 마음먹은 대로 몸에서 뜨거운 열이 날 때까지 비 내리는 공원을 다섯 바퀴 돌았다. 나무도 까치도 참새도 모두 투덜거리지 않고 지루한 비를 맞고 있었다. 집 안의 답답한 공기를 벗어나서 시끄러운 마음을 걸으면서 잊어보려는 심산이다.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글도 쓸 생각이었다. 처음 가보는 카페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음악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는 넓고 낮은 조도의 카페 공간이 마음에 든다. 대학 근처에 있어서인지 젊은 손님들이 가득하여 기웃거려보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휴일이라서 손님이 없고 한가해 보인다.      


이 카페에는 고양이가 네 마리나 살고 있었다. 날씬한 몸매의 깜장이, 회색이, 통통한 희고 회색 점이 있는 얼룩이, 호피 무늬. 사람들의 손길을 많이 타서인지 낯도 가리지 않고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다. 큰 창을 통해서 가만히 비 오는 거리를 쳐다보다가 심심하면 가까이 다가와서 좌석 위로 훌쩍 뛰어올라왔다.


마치 사람이 없는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길을 무심하게 지나서 허벅지를 밟고 올랐다가 쓱 가버린다.    

  

머물렀던 눈길을 거두고 한참 책을 읽고 있으면 또 다가온다. 주황색 눈을 가진 깜장이는 심심한지 내 가방 뒤쪽의 어두운 공간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가 내 편으로 고개를 쏙 내밀고 했다. 장난감이 없어서 머리끈을 던져주니 한참 침을 묻히면서 물고 뜯고 하다가 움직이지 않으니 곧 흥미를 잃어버렸다.      


옆 테이블로 옮겨 갔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까만 비닐봉지에 머리를 박고 또 혼자 놀고 있었다. 바삭거리는 비닐봉지 소리가 재미있는가 보다. 비닐봉지 하나에도 저렇게 신이 난다면 얼마나 행복한 묘생인가.      


아까부터 제 지정석인지 내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눈만 깜빡거리던 회색 점이 있는 얼룩이는 잠이 깊이 들어버렸다. 어둑어둑한 비 오는 날 낮잠에 빠진 고양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노곤하고 편안해진다. 고양이가 있는 풍경은 참 평화롭다. 서두를 일이 전혀 없는 것처럼 그루밍이나 하고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는 녀석들과 동화가 된 것 같다.      


‘인간아 서두를 것이 무엇이 있나? 초코 머핀에 커피를 마셨으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오늘은 아무 생각도 마시고 이 비 오는 풍경과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시오.’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늦은 오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손님이 하나둘 늘어가니 숨어 있던 고양이들은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테이블마다 돌면서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기웃거리고 참견하고 놀아달라 한다.      


다정하게 다가오는 고양이 주민들 때문에 언젠가는 이 카페에 다시 오고 싶어질 것 같다. 고양이 장난감과 간식거리를 사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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