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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n 18. 2023

나를 만나러 가는 길

혼자만의 시간

S는 오늘도 공사다망했다. 아침 7시 30분까지 모임에 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 화장이라도 하고 나서려면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일요일 아침에 여섯 시에 일어나라니, 미취겠네.’라고 생각했지만, 단체 활동이니 얌전히 리더의 지시에 따랐다.      


S는 자신이 외향성인가 내향성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향성(E)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특히 글로만 만난 사람들은 더 외향적인 인간으로 봤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제멋대로 쓰고 게다가 대책 없이 솔직한 편이니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아마 ‘하루 평균 다섯 시간 정도는 외향성을 지속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사 결과에서도 완전히 내향에 치우치진 않았다.


그래서 몇 주 동안 사람들과 어울려 우리의 여행 계획을 알차게 짜고 노래도 하고 율동도 하고 게임 시연도 해보고 활기찬 시간을 보냈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등. 이런 게임을 하니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웃음이 넘치고 얼마나 즐겁던지.      


인도네시아 문화교류를 위한 기금 조성 활동도 했다.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피곤했고 처음 보는 커피 머신이며, 얼음은 얼마나 사야 하나, 음료는 어떻게 제조해야 하나 등등의 난상토론으로 점점 더 피곤이 쌓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의 모임에 가서 홍보했기에 지갑을 활짝 열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였다. 송금까지 착착 하시는 분들도 다수이고, 한 여자분은 십만 원을 쾌척하시고 우리가 준비한 음료와 홈메이드 영양바 하나를 달랑 들고 ”나머지는 기부하겠습니다.“ 하며 멋지게 돌아가셨다.     

 

‘아, 봉사활동 할 맛이 난다. 역시 배우신 분들이야.’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건 만고의 진리다. 지갑을 흔쾌히 열만큼 돈만 충분하면 된다. “우리 젊은이들 수고하는군. 힘내게.” 하면서 무심하게 금일봉을 전달하고 하면 얼마나 있어 보이는가?


그러기엔 통장 잔액이 나날이 줄어가는 타이밍이라 슬플 뿐이다. 멤버중에 만날 때마다 점심 배달시키시는 연배도 어림짐작으로 엇비슷한 분이 있어서 마음에 부담이 가중되었다.      


”제가 점심 비용 일부 송금하겠습니다요. “하고 고개를 조아리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으나 그분은 완강하게 신경 쓰지 말라셨다.


‘아, 고맙습니다. 흑흑. 언니라고 부르고 싶네요.’      


시간은 흘러서 정오가 되어가고 모임도 마무리되어갔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분위기였으나 S는 오늘의 외향성 잔액이 바닥이 나고 있었다. 더는 사람들과 어울려 있고 싶지 않다. 집에 가서 오롯이 혼자만의 무음의 공간에서 정신을 놓고 사바사나를 하면서 죽은 듯이 쉬고 싶을 뿐.      


잠시 쉬고 나니 또 쓸데없는 잡념만 떠올라서 이상한 분노를 터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증세가 심해지려 해서 다시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카페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나름대로 멋진 문구인걸.

글을 쓰고 나니 혼란스러운 정신이 다시 안정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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