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여행 2

대부도

by 사각사각

S는 한참 <아몬드>라는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때 낯선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모텔의 주인인 것 같았다.

“차를 똑바로 대주셔야겠어요. 나중에 들어오는 차도 비뚤어지게 댈 거거든요.” 주인아주머니는 살짝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주차선도 없는데 어떻게 하는 게 똑바른 거지?’


S는 의문이 들었지만 마침 해변으로 갈 생각이었으므로 모텔에 가서 차를 다시 몰고 나왔다. 해변에 가서 주차장에 들어가려는데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서 수영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온 가족들이 많았다.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서 주차를 했다. 칼국수, 파전 등을 파는 음식점에 차를 주차하고 해변을 걸어봤다.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고 나뭇가지들이 물가에 떠 있었지만 휴가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슬리퍼를 신고 바닷가를 걸어보니 뜨거운 태양에 데워진 물이 따뜻했다.


외국인들도 꽤 눈에 띄고 귀에 설은 언어가 들려왔다. 어떤 말은 베트남어 같았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팥빙수를 먹은 터라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주차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는지 눈치가 보였다.


S는 하릴없이 주위를 빙빙 돌며 블란서 다방, 함초 소금빵, 대부도산 와인판매점 등의 간판을 보다가 음식점에 들어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다. 실내가 더워서 계속 땀이 흘렀지만 바지락으로 낸 국물은 시원하고 맛있었다. 문득 창 밖을 보니 해가 혼신을 다해 붉게 타오르면서 지고 있었다.

바닷가로 나가서 구름 너머로 서서히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불타는 석양!. 해변으로 몰려온 사람들도 저마다 모두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있다. 부모님들, 아이들, 연인들, 친구들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든 모두 행복해 보였다.


혼자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한참이나 들으며 해변을 걸었다.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이 순간 이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구나.’


저물어 가는 햇빛 아래의 이름 모를 각양각색의 사람들, S는 그들의 행복을 빌었다.

모텔에 도착하니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약간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카운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니 옆 방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무심하게 나오셨다. 젊은 남자 손님 두 명이 카운터에 왔고 서로 농담을 하면서 S를 흘깃 쳐다봤다. 이런 분위기는 편치가 않다.


도망치듯 모텔방에 들어서니 역시나 전형적인 모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비좁은 실내에 누렇게 변색된 오래된 냉장고며 저렴해 보이는 침구들. 기분이 안 좋아진다.


‘음, 역시 호텔에 가는 이유가 있군.’


하지만 얼마 전 단체로 갔던 모텔은 나쁘지 않았다. 내부도 넓고 테이블도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복불복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샤워를 한 후 돌아보니 인터넷 댓글에 달린 것처럼 과연 실내는 티끌 하나없이 깨끗했다.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S는 하이네켄을 한 캔 마시면서 몽롱한 상태에 접어들기로 했다.


‘일찍 자고 일어나서 일출도 구경하러 갈까?’


하는 마음이 일면서 기분 좋은 잠에 빠져들었다. 우연히 넷플릭스를 돌리다가 발견한 <패러다이스>라는 독일 영화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낯선 언어와 가벼운 취기와 나른한 피곤함에 이끌려 TV의 소리는 점점 잠에 묻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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