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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ug 25. 2023

결혼할 생각이 없다

장담은 못 하겠지만

여기에서 결혼할 생각이란 재혼이라고 써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왜냐면 이미 결혼을 해봤으니까. 현실에서 S는 여러 가지 제약에 부딪쳐 있다.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은데 이 나이대에 멀쩡한 남자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이 남자들의 일부는 결혼을 해보지 않았다. 결혼을 해보고 안 해보고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인간은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간접적으로 어렴풋이 인식을 하고 있겠지만 결혼의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막막함과 무한성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이상향의 파라다이스로 보일 수가 있다. 혹은 다수의 기혼자 무리에 속하여 무난한 삶을 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일 수도.    

  

S는 이십 대에 유럽을 여행해 보고 싶었다. 유럽은 다른 세상인 것 같았고 한 번은 꼭 밟아보고 싶은 미지의 땅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책 한 권 사들고 슬렁슬렁 몇 가지 정보를 알아본 후 별 준비도 없이 비행기표를 끊었고 영국을 지나서 프랑스 땅을 이주 정도 살짝 걸어봤다.


그 세상은 물론 별천지였으며 충분히 갈만한, 해볼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뿐. 언젠가 다시 한번 유럽을 여행하고 싶기는 하지만 처음처럼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 결혼도 이와 비슷하게 한 것 같다. 아이코. 너무나 젊고 자신만만했다고 할까? 결혼 그까이꺼. 남들 다 하는 데 못하랴!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고자 계획하는 일은 모두 실행해 보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자기가 직접 경험보지 않은 일에는 동경을 가진다. ‘아, 결혼을 하고 싶다.’고 열망한다면 결혼을 해보는 게 좋다. 하지만 결혼이란 취업, 유럽여행, 스카이 다이빙, 그림 그리기 등처럼 원하는 때에 그만둘 수가 없다는 영원성이 있다.


‘아,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라는 섬뜩한 자각이 올 때는 이미 기혼자라는 법적으로 묶여진 감옥에 갇혀있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도 하는 데 당장 죽는 건 아니니 감옥 정도면 양호하다고 본다. 게다가 이 감옥은 자기가 원하면 출소도 가능하지 않은가? 다만 그 대가만 뼈아프게 치르면 된다. 상당한 시간 동안 감옥의 벽을 바라보면서 후회하고 반성하고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감수한다면.     


사실 사랑을 하는데 결혼이 꼭 필요하진 않다. 우리가 누굴 사랑하는 데는 상대방에 관한 신비감과 호기심이 있어야 하는데 결혼이 이런 달달한 사랑을 상당 부분 해치기 때문이다. 날마다 자다 깬 침 흘린 얼굴을 보고 잠옷 입고 밥 먹는 데 신비가 다 무언가.


사랑에 푹 빠져서 이 사랑을 영원히 지키리 하는 마음으로 결혼 서약을 했는데 오히려 그 사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걸 보는 건 슬픈 일이다.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란 건 결혼을 해 본 인간이 절망감으로 한탄하는 소리일 것.    

  

이 세상에 과연 사랑이란 게 있을까? 이런 회의에 빠진 걸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지 않는가?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화창하고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싱그러운 공원을 보고 있자니 인생에 사랑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죽기 전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사랑을 해 보는 쪽을 권하고 싶다. 사랑, 나도 해봤으니 이 세상에 여한이 없다. 꼴까닥!


사랑만큼 강렬하고도 짜릿한 무언가가 없다.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날 특별한 방책이다. 다만 그걸 오래도록 지켜갈 지혜와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이미 가진 것에는 흥미가 떨어진다.


아, 어쩌란 말인가? 각자 알아서 하셔라. 하하. 인생에 정답이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면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다.

음냐... 날씨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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