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곤 한다. 아마 요즘에는 넷플릭스 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영화, 다큐멘터리, 리얼리티 쇼 등 여러 가지를 보는데 최근에 본 건 <Love is blind>라는 리얼리티 쇼였다.
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시즌 4까지 제작되고 비슷한 프로그램이 일본, 프랑스 등등에서 만들어졌다. 일반인 청춘 남녀가 15명씩 나와서 서로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방에서 대화를 한다. 오로지 목소리만 듣고 대화하면서 자기 이상형을 찾는 거다.
얼굴은 못 보지만 서로 선물도 주고받고 노래도 하고 시도 읊고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확신이 생기면 남자분이 프러포즈를 하고 그 둘은 만날 수 있다. 프러포즈를 받아들이면 갑자기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고 그다음 한 달 동안 동거하고 결혼식을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최종 결혼식에서 한쪽이 거부하면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아무리 리얼리티 쇼라고 해도 재미를 더하기 위한 각본이나 드라마 같은 요소가 포함이 될 것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지만 선남선녀가 나와서 알콩달콩 하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건 꽤 흥미진진하다.
온갖 드라마가 펼쳐지는 가운데서 무려 3 커플이 결혼에 이르렀다. 한 달 여만에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나 싶지만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자 굳은 마음을 먹고 나왔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이 커플들에게 마지막에 묻는 질문은 항상 "서로를 보지 않은 가운데서 사랑이 시작될 수 있나요?"인데 결혼에 이른 커플들을 다들 그렇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일대일로 계속 깊은 대화 하다 보면 친밀감과 사랑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실망하고 헤어지는 커플도 절반은 된다. 아무리 대화가 잘 통해도 실물에서 느끼는 외적인 매력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외모가 마음에 안 들면 "내가 이전에 데이트하던 타입과는 다르다."라는 말이 종종 나온다.
어떤 참가자들은 최종 선택을 할 때 두 사람 사이에 갈등하다가 한 명을 거절하고 다른 쪽을 선택한다. 하지만 실제 만났는 데 그 만남이 성사되지 않고 거절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서 잘 연결되는 경우가 있었다. 신기하다.
결국에는 외모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고를 수는 있나 보다. 그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아도. 하지만 실물까지 봐야 최종 선택을 할지가 결정되니 굳이 벽을 사이에 두고 만나야 하나 싶다. 일종의 게임 같은 형식으로 호기심을 일으키려는 목적인건가?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무엇일까? 뭐라도 끌어내야 하는데. 외모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에 빠진다기 보다는 사랑을 하려면 블라인드가 돠어야 하는 게 아닐까?모든 의심과 불안과 인간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