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일기 - 남편의 따뜻한 체온

by 사각사각

침대위 옆에서 남편이 초저녁부터 쌔근쌔근 자고 있다.(이는 닦으셨는지) 나는 남편이 깨어서 나에게 ㅇ랄하지 않고 평온하게 자고 있을 때가 너무 좋다.ㅎ

통통하게 살이 오른 귀여운 얼굴에 역시 매우 통통한 귀여운 몸매..ㅎ
가만히 다가가서 남편의 등에 딱 붙어서 냄새를 킁킁 맡아보고 체온을 느껴본다. 청량한 냄새가 나면 '오늘 샤워를 했구나.' 묘하게 쿠리한 냄새가 나면 '음 하지 않았군.'


아~한 인간의 체온이란 매우 따뜻하다. 남편은 열이 매우 많은 체질이라 한참 잠이 들면 마치 찜질팩처럼 뜨겁다. 따뜻함이 점점 그리워지는 이 계절에 매우 꼭 필요한 적합한 몸이다.(여름에는 헌신짝처럼 버려지지만)


나처럼 천방지축 자유로운 영혼과 함께 살아주다니 고맙다. 어쩌면 나는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여자일지도 모르는 데.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혼자 훌쩍 떠나버리곤 하는 데도 무려 9년이나 같이 살아주다니. 다른 남자였으면 이혼을 당했었을 수도 있다.


이혼을 했던 한 친구가 말했다. 침대 위에 혼자 누울 때 썰렁한 느낌을 견딜 수가 없다고. 그 후에도 오랫동안 우울증이 있었고 몇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아직도 홀로 살아간다.


인간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도록 운명지어진 존재가 아닐까. 그러나 또 함께 부대끼다보면 다시 혼자가 되고 싶다. 이런 존재와의 만남과 헤어짐 사이를 왔다갔다 계속 반복하는 것이 삶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남편은 아직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나의 사진을 찍고 십년이 넘도록 아직도 내 곁에 있어주니깐. 내가 슬픔에 홀로 눈물 흘릴 때 어설프게나마 내 눈물을 닦아주려 했으니깐.
이상하게도 지금도 주책없이 눈물이 난다.


~나는 감상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상남자니까 오래 우는 법도 없다. 길어야 몇 분..


남편이 조그맣게 코를 골면서 계속 자고 있다.

그래..나는 너를 사랑한다.

함께 이 고독한 삶을 함께 살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뜨겁거나 설레지 않지만 어떠하리.

아마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 불꽃일 것이다.

다 타고 나면 허망하게 날리는 흰 재만 남는.


너는 나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전기매트.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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