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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r 09. 2021

피가 안 나오다니 헐~

미니멀한 감정소비 2

작년에 받지 않은 기본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참고로 자기 출생연도맞는 짝,홀수 연도에 검진을 받지 않았으면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면 다음해에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국민건강보험 시스템 하나는 미국도 능가하는 나라!  사실은 무작정 병원에 건강 검진 받으러 갔더니 병원 직원분이 알려주셨다.

보험료도 저렴한 편인데 년에 한번씩 건강검진까지 꼬박꼬박 해주시다니.


기본적인 검사를 는 데 나는 혈관이 잘 안 보여서 피가 잘 안 나오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다. 이  마다 주사 바늘에 여러 번 찔리며 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프게 각인이 되어 있다. 심각한 건망증이 있는데도.


그래서 간호사님께 미리 이 사실을 알려드렸다. 혈관이 잘 안 보이므로 간호사님도 갸우뚱하시며 쪽 팔꿈치 안쪽에  바늘을 찔러넣으셨다. 으윽~ 한방울도 안나왔다. 물론 피가 나긴 했다. 주사기 밖으로 한 방울.

다시 심기일전하여 오른쪽 팔꿈치 안에 주사 바늘을 넣으셨다. 이상한지 주사 바늘을 좀 더 깊이 넣으신다. 으윽~ 아.프.다.


그래서 내가 팔목 옆 비교적 뚜렷한 푸른 색 혈관을 가리키며 여기에 해보시라 하였다. 예전에 팔목에 했다가 멍이 들긴 했어 빨리 이 황당한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심지어 팔목에서도 피가 안 나왔다. 주사 바늘에 세 번이나 찔리고 나니 곳곳이 욱씬거리고 정신이 아득했다. 너무 어이가 없고 할말이 없어서 대신 실실 웃음이 나왔다. "살이 쪄서 그런 걸까요?" 이런 농담을 하면서. 간호사님은 미안하신지 또 꼬박꼬박 실없는 질문에 답을 해주신다. 다행히도 살과는 관련없단다. 휴우~


혈압을 쟀는 데 일생 처음으로 고혈압이 나왔다.

주사기에 세 번 찔린 후 화도 못 내고  받아서 나온 거 아닐까. 세 번이나 혈압을 다시 쟀지만 역시 고혈압. 윽~ 뒷목! 작년에 혈압 오를 사건들이 아주 많기는 했었다.


잠시 다른 사를 하며 마음에 휴식을 한 후 다시 2차 피 뽑기에 들어갔다. 만한 일에 두려움이 없는 데도 무서웠다. 주사 바늘이 깊이 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영 유쾌하지 않으므로. 나름 예민하단 말이다!

결국 처음 간호사님이 지나가는 다른 동료 간호사님을 부르셔서 손등에 다시 주사 바늘을 넣었다. 휴우~ 이제야 검붉은 색의 피가 마뜩치 않은 듯 스믈스믈 나온다.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또 다시 찔릴 새라 잽싸게 검진실을 빠져나왔다. "피가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따라오는 전설의 고향 귀신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전설의 고향이 아니라 드라큐라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혹은 바늘로 찔러도 피도 안 나올 ㅇ? 


은근한 통증이 남아 있지만 금식하다가  밥을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풀린다. 역시 배가 부르니 사람이 훨씬 너그러워지네. 다보면 운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다. 대체적으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단순하게 살자!

피를 내어주다니 고맙다 손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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