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받지 않은 기본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참고로 자기 출생연도에 맞는 짝,홀수 연도에검진을 받지 않았으면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하면 다음해에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국민건강보험 시스템 하나는 미국도 능가하는 나라!이 사실은 무작정 병원에 건강 검진 받으러 갔더니 병원 직원분이 알려주셨다.
건강 보험료도 저렴한 편인데이 년에 한번씩 건강검진까지 꼬박꼬박 해주시다니.
기본적인 검사를 했는 데 나는 혈관이 잘 안보여서 피가 잘 안나오는것에 트라우마가 있다. 이년마다 주사 바늘에 여러번 찔리며 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프게 각인이 되어 있다. 심각한 건망증이 있는데도.
그래서 간호사님께 미리 이 사실을 알려드렸다. 혈관이 잘 안보이므로 간호사님도 갸우뚱하시며 왼쪽 팔꿈치 안쪽에 주사 바늘을 찔러넣으셨다. 으윽~ 한방울도 안나왔다.물론 피가 나긴 했다. 주사기 밖으로 한 방울.
다시 심기일전하여 오른쪽 팔꿈치 안에 주사 바늘을 넣으셨다. 이상한지 주사 바늘을 좀 더 깊이 넣으신다. 으윽~ 아.프.다.
그래서 내가 팔목 옆 비교적 뚜렷한 푸른 색 혈관을 가리키며 여기에 해보시라 하였다. 예전에 팔목에 했다가 멍이 들긴했어도빨리 이 황당한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심지어 팔목에서도 피가 안나왔다. 주사바늘에 세번이나 찔리고 나니 곳곳이 욱씬거리고 정신이 아득했다. 너무 어이가 없고할말이 없어서 대신 실실 웃음이 나왔다. "살이 쪄서 그런걸까요?" 이런 농담을 하면서.간호사님은 미안하신지 또 꼬박꼬박 실없는 질문에 답을 해주신다. 다행히도 살과는 관련없단다. 휴우~
혈압을 쟀는 데 일생 처음으로 고혈압이 나왔다.
주사기에 세 번 찔린 후화도 못 내고 열받아서 나온 거 아닐까. 세번이나 혈압을다시 쟀지만 역시 고혈압. 윽~ 뒷목!작년에 혈압 오를 사건들이 아주 많기는 했었다.
잠시 다른 검사를 하며 마음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2차 피 뽑기에 들어갔다. 왠만한 일에 두려움이 없는 데도 무서웠다. 주사 바늘이 깊이 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영 유쾌하지 않으므로.나름 예민하단 말이다!
결국 처음 간호사님이 지나가는다른 동료 간호사님을 부르셔서 손등에 다시 주사 바늘을 넣었다. 휴우~ 이제야 검붉은 색의 피가 마뜩치 않은 듯 스믈스믈나온다.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또 다시 찔릴 새라 잽싸게 검진실을 빠져나왔다."피가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따라오는 전설의 고향 귀신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전설의 고향이 아니라 드라큐라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혹은바늘로 찔러도 피도 안 나올 ㅇ?
은근한 통증이 남아 있지만 금식하다가 밥을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풀린다. 역시 배가 부르니 사람이 훨씬너그러워지네. 살다보면 운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다. 대체적으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단순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