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미니멀한 생각 1

by 사각사각

최근 만난 몇 분의 지인 중에 완벽주의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었다. 한분은 영어 수업을 하는 데 프린트 자료를 통째로 외우셨다. 아~ 무려 몇 개월 동안 수백 여개의 똑같은 문장을 매번 반복하는 건 나에게도 고역인 일이었다.


그분은 고시공부 하듯이 죽어라 문장을 외우셨고 내가 하는 일은 한국어로 문장을 불러주고 그 분은 영어로 답을 하면서 완벽하게 외웠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잡담도 없이 한 시간 동안 계속. 어찌 보면 강사입장에서는 쉽고도 쉬운 일이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굉장히 지루한 일이다. 인간은 지루한 걸 힘들어한다. 무려 수 개월을 반복해서 똑같은 문장을. 헉~


나는 "고시 공부하세요? 대학 다시 들어가시게요?" 하는 농담도 하였고 "너무 지겹다." 적나라한 토로도 해보았고 "문장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그렇게 통으로 외우기만 하면 안 된다." (기본 문장 정도는 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등등 조언을 했지만 그 분의 영어 습득이론은 완강하였다.


심지어 명사 앞에 들어갈 관사가 'a'인지 'the'인지 꼼꼼히 따지셨고 나는 설명을 어느 정도는 하였지만 대충 얼버무렸다. 어떤 명사 앞에 왜 'a'나 'the'를 쓰는 지에 대해서는 대학원에서 논문 하나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관용적인 표현. 그냥 그렇게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니 외우라는 것이다.


기초 회화를 배우는 데 대체 관사까지 정확하게 한다는 건 무리이다. 그놈의 관사가 사실 모호할 때도 많고 그 노무 문법 강박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회화가 늘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이 분은 '완벽주의'가 있는 분이라는 걸 단박에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지인은 늘 계획표를 완벽하게 짜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이었다. 아이에게도 '오늘의 할 일 여덟 가지' 이런 식으로 하루 계획표가 있었다.(하루에 할 일이 여덟 가지나 있다니) 아이는 매우 진지하고 똑똑하며 나이 답지 않게 성숙한데 그 노무 계획표 때문에 가끔씩 울상이었다. 영어 수업을 빨리 끝내고 오늘의 할 일도 완성하고 놀이도 해야 했으므로 마음이 바쁜 것이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늘 여유자적하고 계획이란 별달리 없는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인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이런 문장도 떠오르고.


물론 나도 계획이 전혀 없는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계획은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완벽주의인 사람들을 만나 보니 그들은 늘 자신을 괴롭히는 경향이 있고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여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계획표가 너무나 팍팍하기 때문에 (빡쌤!) 이러다가는 신체적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도 우울감에 빠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계획한 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물었다. 평소에 가만히 누워서 멍을 때리거나 쉬는 시간은 없는 것인가? 한분의 대답은 아까운 인생을 그렇게 보내서야 되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분은 말기암에 걸리신 경험이 있다. 회복이 되었고 비교적 건강한 상태이긴 하나 아직 환자임에 분명한데 여전히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분은 자신이 계획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하였다. 어제 유투브를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거나 쇼핑 싸이트를 종일 보았다거나 하는 이유로. 그 분은 전업 주부인 데 이런 분들은 사실 일을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계속 공부방을 하라고 권유를 하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공허하기 때문에 더 자책을 하는 것이다. 일에 열중하면 다른 생각 할 새가 없다. 누구나 힘들 때는 하루 몇 시간이라도 유투브 보면서 널브러져 있는 시간도 있지 않는가? 열심히 일한 자 쉬어도 되는 것 아닌가?


타인의 삶은 완벽하게 보일 수 있다. 늘 표정이 밝고 타인에게 여유롭게 베풀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보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그들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누구나 대외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 보이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나름의 고충이나 삶에 어려움은 다 있다고 본다. 그 경중을 그 누구도 따질 수가 없다. 타인의 고통이 누구보다 작다거나 크다거나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기준은 그 삶을 감당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으므로.


다만 완벽하게 보이는 그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거나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힘든 점 혹은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다지 건강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제 아무리 훌륭한 성직자나 학식이 높다거나 봉사에 헌신한다고 해도 그들이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인간이 신이 아니고 로봇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다만 그들의 큰 장점이 약점을 가릴 수는 있으나 한 점의 오차 없이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이 완벽주의 이신 분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조금 내려놓으시길 권하고 싶다. 아마 주변 분들이 "너는 너무 완벽하려고 노력한다. 좀 내려놓아라.” 라고 수차례 진심 어린 조언을 했을 것이다.


왜냐? 완벽한 사람은 별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자신을 좀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조금은 실수도 하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보인다. 늘 완벽하고 훌륭하고 올바른 말과 행동만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좀 불편해질 것 같다.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그리고 ‘무계획이 계획’이다. 어떤 상황에도 적절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 자기 변명을 하자면 융통성이 넘치는 사람들은 무계획적으로 보일 수 있다. 융통성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인간들을 보면 미칠 노릇이다. 큰 계획만 세우고 작은 계획은 그 때 상황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니 완벽주의가 버거운 분들은 무계획으로 한번 살아보시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세상 살 맛이 나실 것이다.

때로는 멍을 때려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