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할 때는 항상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을 했었다. 예민함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주제였던 것이다. 실제 내 행동 패턴은 전형적인 한국인 같지 않다. 공동체 생활을 그다지 즐기지 않으며 가끔은 개인적인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한 사람이다.
예를 들면, 점심은 때때로 혼자 나가서 먹고 커피도 한잔 하면서 산책을 하는 게 좋았다. 종일 동료들과 대화를 하거나 수업을 하는 시간에서 벗어나서 혼자 고요하게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끔은 원어민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할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미국인 이었던 원어민 샘이 학생들을 음식점에서 만났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매우 놀라며 왜 혼자 밥을 드시냐고 질문 했다고 하였다. 왜 혼자 밥을 먹는가? 배고프고 주변에 함께 먹을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인에게는 혼자 밥을 먹는 것보다 왜 혼자 밥을 먹느냐 질문하는 게 더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있지만 홀로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정리할 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늘 힘들었고 사람들과 모이면 다른 사람이 도마에 오르곤 했다. 어느 날은 이마저 너무 지겨워져서 '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하느라 귀중한 나의 시간을 모두 허비하였던가' 하는 때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우리는 늘 궁금해 한다.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해가 안가서이기도 하고 화가 나서이기도 하고 진심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읽는 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일까?
때로는 나의 마음도 잘 모르는 데 타인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한때 예민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챈다고 자부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어느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그 친구가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assume'할 뿐이다. 라는 말을 했을 때 크게 공감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나름의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 나름의 가정을 굳게 믿는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옳을 수도 있으나 전혀 틀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다들 상상하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실제를 알고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들이 있지 않은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생각을 이해해보려는 것이 아주 틀린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그 타인이 직접 말하지 않았는데 나름대로 그의 말이나 행동을 판단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느라 보내는 헛된 시간이나 정신적인 고통이 꽤 크다.
과외를 하면서도 학부모님의 요구사항을 듣거나 스케줄 조정들을 할 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그리고 나름의 상상을 한다. 혹시 이번 주 수업을 못하게 된 것이 큰 문제일까? 학생이 답안지를 베낀 다고 하셨는데 답안지를 챙기지 않은 내 잘못을 질책하는 건가? 무섭게 혼내라고 했는데 내 수업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결론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일단 들어는 보자.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딱 거기까지. 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학부모님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또 그 진정성이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가 없다. 늘 주장하는 바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아마 본인도 원하고 바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모를 수 있다.
쓰다 보니 무언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인데 주장하고 싶은 바는 간단하게 말하면 ‘타인의 생각에 너무 크게 신경 쓰지 말자.’ 이다. 사람은 각자 생각하는 바가 있고 그것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그것을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너의 의견이 그러하냐. 그래 충분히 알겠다.’ 정도에서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세상 쿨한 성격인 것 같은 데 실상 예민한 사람들에게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불가하다. 다만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히 넘기는 지혜를 갖자는 것이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신경을 집중하고 계속 되뇌며 괴로워하지 말자는 것.
어느 해인가는 한 선배 선생님이 나를 한번 쭉 훑어보며 “ 아주 위아래가 없다.” 라고 한마디 해서 한동안 상처를 입었다. 이 사건의 전말은 다 하자면 아주 긴 데 너무 웃기는 사실은 이 샘도 진정 자유분방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본인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시는 분이 나에게 위, 아래가 없다니? 헐헐.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 이런 이중잣대를 대는 사람은 참 답이 없다. 사실 이 말은 틀리지 않은 것이 나는 예의는 있으나 위, 아래, 나이 이런 기준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잘 보셨구만!알겠소.'
그러니 다른 이의 판단이나 말이나 행동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인생은 내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다.